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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행복한 나라 … 박근혜 비전 실현하려면 복지만큼 신뢰가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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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행복이란 말처럼 애매한 말도 없다.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감도(感度)가 다르다. 하루 세 끼 밥 먹고, 몸 건강하면 그걸로 행복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대광실 같은 집에 억만금이 있어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행복하냐’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딱히 행복할 것도, 불행할 것도 없으니 ‘그저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40%가 ‘그저 그렇다’고 대답했다. ‘행복하다’는 응답(52%)이 다행히 더 많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행복국가’를 당의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모든 국민이 더불어 행복한 복지국가’를 ‘국민과의 약속’ 제1조로 내걸었다. 평생맞춤형 복지를 통해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복지 확대는 필요하다.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복지만 개선되면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파랑새’에 나오는 틸틸과 미틸처럼 행복의 비결을 찾아 몇 년 전 덴마크에 갔었다. 영국의 레스터 대학팀이 178개국을 대상으로 작성해 발표한 행복지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가 덴마크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102위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가 ‘행복한 덴마크’의 비결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할 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 우리 실정과 안 맞는다.

 더구나 진짜 비결은 따로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적 신뢰도 조사에서 덴마크는 1위를 기록했다. 0~10 점 척도로 ‘주변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6.99로 덴마크가 가장 높았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6.18)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7.13)도 최고였다. 덴마크 국립사회연구소의 토르벤 프리드버그 박사는 “시민끼리 서로 믿고, 국민은 정부와 제도를 믿고, 노(勞)와 사(使),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믿는 신뢰의 선순환 구조야말로 덴마크의 행복지수를 떠받치는 초석”이라고 말했다.

 1848년 입헌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 덴마크 국왕은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겸손하고 검소한 모습을 보였다. 특권을 내세우지 않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였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왕실의 그런 분위기가 정치권, 기업계, 언론계, 학계 등으로 스며들면서 사회 전체에 신뢰의 문화가 자리 잡았다. 아울러 특권·부패·반칙·비리·기만이 통하지 않는 풍토가 정착됐다.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고, 공정하고 투명한 법 집행으로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힘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법 앞에서 평등한 사회를 만들면 복지가 좀 모자라도 행복지수는 저절로 높아지지 않을까. 행복의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국민의 마음속에 있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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