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인사이트] ‘펀드 가입=결혼’ … 중매쟁이 말만 믿어선 안 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12.02.01 00:00

업데이트 201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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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안혜리
증권팀장

“총각, 이 아가씨 아주 예~뻐. “ “아가씨, 이 총각 돈 많아.” 중매쟁이가 좋은 말을 죽 늘어놓은 끝에 “자, 이제 얘기 다 들었으니 결혼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그 사람 성격이 어떤지, 나랑 이런저런 궁합이 맞을지 한번 맞춰보지도 않은 채 중매쟁이 말만 믿고 결혼하시겠습니까. 아마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고 거절하실 겁니다.

 그런데 혹시 펀드는 이런 식으로 고르지 않나요.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이 좋다고 미는 펀드에 덥석 가입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결혼이랑 펀드 가입이 어떻게 같으냐고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펀드의 운용철학이 나와 궁합이 맞아야 오래 가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펀드 성격이나 운용철학을 따져묻기는커녕 판매사가 던져주는 몇몇 인기 있는 펀드, 다시 말해 팔기 쉽고 판매보수 높은 펀드에 들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펀드를 사실상 은행과 증권사 창구를 통해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에겐 선택의 자유가 없다시피 합니다. 운용사가 아무리 좋은 펀드를 내놓아도 판매자가 팔아주지 않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국내 운용사 대부분이 금융계열사라 자사 몰아주기식 판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집니다. 저 밖에 선남선녀가 널려 있는데 자유연애는 못하고 중매쟁이랑 친한 몇 사람 사진만 보고 결혼하는 셈입니다.

 투자자는 선택의 자유만 없는 게 아닙니다. 주지 않아도 될 중매비용까지 내야 합니다. 그것도 비싸게 말이죠. 국내에선 모든 판매사가 운용보수보다 판매보수를 더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은 다릅니다.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운용보수보다 판매보수가 높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합니다. 유럽 등은 독립판매인 제도 등이 잘 갖춰져 있어 판매사가 ‘수퍼 갑’ 행세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강방천 회장은 2008년 펀드 직접판매를 한 업계의 ‘이단아’입니다. 그는 “고객과 운용사가 서로를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펀드 직판이 정답”이라며 “그러나 판매사 힘이 너무 센 게 문제”라고 말합니다. 운용사가 직판을 선언하는 순간 모든 판매사로부터 ‘이지매’를 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거죠. 강 회장은 “증권거래소에서 모든 주식을 사고팔듯 모든 펀드를 투자자가 직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이 필요하다”며 “판매사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게 모든 운용사가 모든 상품을 의무적으로 올리게 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요구했습니다. 마침 감독당국이 이날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의 펀드 독과점 구조의 해결을 위해 독립판매인 제도의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또다시 공염불로 끝나지 않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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