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컨센서스’ 균열 … 메르켈 구제 원칙 흔들

중앙일보

입력 2012.02.01 00:00

업데이트 201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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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베를린 컨센서스’. 긴축만이 재정위기국의 살길이란 뜻이다. 유럽의 채권국인 독일 경제정책 담당자가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어서 그렇게 불린다. 지금까지 유럽의 위기대책 원칙이었다. 거센 비판의 대상이기도 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긴축은 침체를 낳고 침체는 재정적자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베를린 컨센서스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균열을 보였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다. 앙겔라 메르켈(58) 독일 총리 등 유럽 리더는 상설 구제금융 펀드인 재정안정메커니즘(ESM)을 올 7월 설립하고 ‘고용·성장 친화적인 재정건전화’를 추진하기로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반면 메르켈이 주도한 신재정협약엔 영국 등 두 나라가 서명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등은 “메르켈 총리가 고수해 온 구제 원칙이 재정위기 시작 2년여 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메르켈의 또 다른 원칙도 흔들릴 조짐이다. 그는 그리스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깎아 주면서 “민간 채권자의 고통 분담은 그리스에 한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시장에선 포르투갈 국가 부도 확률이 75% 수준으로 평가됐다.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값이1581.66베이시스포인트(bp)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고치다. 포르투갈 10년 만기 국채 금리(수익률)도 연 17.39%로 껑충 뛰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채권 투자자 사이에선 포르투갈에도 원리금을 깎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퍼져 있다”고 이날 전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원리금 탕감 가능성을 포르투갈 채권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해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는 얘기다. 포르투갈 정부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1665억 유로(약 258조원) 정도다. EU 정상은 긴축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을 지급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재정정책을 신탁통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니콜라 사르코지(57) 프랑스 대통령이 그리스 주권을 강조하며 반대했다.

 현재 그리스는 민간 채권금융회사와 원리금 50% 탕감 협상을 벌이고 있다. FT 등은 “이번 주 중으로 양쪽이 합의안에 서명할 듯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재정적자를 좀체 줄이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는 3월 20일 145억 유로를 갚아야 한다. 메르켈 총리 등은 그때까지 긴축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을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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