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호회 好好 대화동 어머니자율방범대

중앙일보

입력

대화동 어머니자율방범대원인 방정애?이경화? 소정희?신인경씨와 대화지구대 강덕근 대장(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늦은 밤, 호기롭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아이가 외진 공원 한 켠에서 갑자기 엄마를 마주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것도 한 손에는 호루라기, 다른 한 손에는 야광봉을 들고 서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아이의 입이 쩍벌어지고 마주한 엄마의 눈도 동그랗게 커진다.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종종 벌어지는 웃지 못할 순간들이다. 강압적인 힘이 아닌 엄마의 마음으로 관내 청소년을 선도하는 ‘대화동 어머니자율방범대’ 대원들을 만났다.

 대화동 어머니자율방범대의 역사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일산신도시가 막 형성되던 참이었다. 허허벌판에 건물은 듬성듬성 자리를 잡았고, 건설현장이 많아 방범이 취약하던 때였다. 부모들은 밤 늦게 귀가하는 자녀를 기다리며 늘 마음을 졸였다. 그때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 우리 지역은 우리 손으로 지켜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대화동 어머니자율방범대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아파트 단지보단 단독주택과 공원부지가 많은 대화동 특성상 어머니자율방범대의 활동은 여전히 활발하다. 공식인원은 현재 31명, 매주 월·수·목요일 오후 8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학교와 공원 인근을 순찰한다. 활동시간이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아 직장을 다니는 학부형도 10명 남짓이다.

 대화동 어머니자율방범대의 활동은 일산경찰서 대화지구대와의 협업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대화동에는 9개의 중·고등학교가 있고, 공원부지가 많아 청소년들의 흡연과 폭력이 빈번했다”는 대화지구대 강덕근대장은 “어머니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현재는 방범 사각지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화동 어머니자율방범대 이경화(44) 대장 역시 “방범활동을 하다 보면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많은데, 경찰대원이 항상 한 두 분씩 동행해줘서 일이 신속하게 처리될 때가 많다”고 전한다.

 건강해 보이던 주변사람들이 40대의 젊은 나이에 길을 걷다 갑자기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던 대화동 어머니자율방범대는 일산소방서의 도움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 어머니자율방범대원 신인경(44)씨는 “위급 상황을 목격했을 때 우리가 직접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응급 상황 대처법을 잘 모르는 주변사람들에게도 직접 가르쳐줄 생각이다”고 전한다. 또 그는 “단발성 교육만으론 부족한 것 같아, 대원들과 함께 장기간 교육을 받은 후 ‘심폐소생술(CPR) 자격증’도 취득할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화동 어머니자율방범대의 활동은 지역 순찰에 그치지 않는다. 방학 중 주 2회, 교통캠페인과 요양원 봉사활동으로 자녀들에게 몸소 본보기가 돼 준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기 자녀들에게 어떻게 하면 부모가 모범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대화동 어머니자율방범대원 사이에서 통했던 것이다. 소정희(44)씨가 대화동 어머니자율방범대에 참여하게 된 계기 역시 아이와 함께하는 봉사활동 때문이었다. 소씨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내주는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의무적으로 봉사활동 하는 것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은 모녀가 서로 힘을 합쳐 뜻 깊은 곳에 시간과 마음을 쏟을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방정애(37)씨는 “함께 봉사 현장에 나간 아이가, 직접 엄마의 활동 모습을 보고 같이 하고 싶어 할 때 정말 뿌듯했다”며 밝게 웃어 보였다.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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