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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 나노’ 실패작 아니다 … 디젤·CNG 엔진으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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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라탄 타타 회장이 2009년 3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타타 나노 출시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했다. 타타 회장은 당시 나노를 미국 시장에도 수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요원한 상태다. 올해 말 은퇴하기 전 나노를 본 궤도에 올리려 한다. [중앙포토]

인도 최대기업 타타그룹을 이끌고 있는 라탄 타타(74) 회장은 올해 ‘유종의 미’를 준비 중이다. 올 12월 최고경영자(CEO)의 자리를 사이러스 미스트리 부회장에게 물려주고 현업에서 물러난다. 타타그룹은 철강에서 통신·전자·화학·식품·제약에 이르기까지 8개 분야 110여 개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그중 타타자동차는 그룹의 핵심이다. 타타 회장은 자동차를 글로벌 메이커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고지를 향해 전진해왔다.

 타타 회장이 올해가 가기 전 반드시 본궤도에 올려놓고 싶은 ‘애마’가 있다. 초저가차 ‘타타 나노’다. 오토바이 보급률이 높은 인도 내수시장에서 보다 안전한 자동차로 바꿔 타려는 소비자들이 공략 목표였다. 출시 직후 20만 대의 신청이 접수돼 복권식 추첨을 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그러나 타타 나노의 판매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출시 당시 타타 회장은 연간 50만 대 판매를 자신했지만 지난해 나노의 총 판매대수는 10만 대를 겨우 넘었다. 지난 5일 델리 모터쇼에 모습을 나타낸 타타 회장은 나노의 부진에 대해 “우리는 나노가 가져온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나노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 타타 회장은 시장에서의 ‘실기’를 거론한 것이다. 우선 20만 대 신청이 접수된 상태에서 6만 대에 불과했던 생산 능력을 대폭 늘렸어야 했는데 지역 주민들과 갈등으로 너무 오랜 시간을 법정에서 허비했다. 게다가 지난해 3월 새로운 악재가 닥쳤다. 시내에 가만히 서있던 나노에서 불이 붙은 사진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면서 나노 자체에 대한 견조한 이미지마저 엉망이 돼버렸다. 타타는 나노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해야 했다.

 이래저래 곤경에 처했지만 타타 회장에게 나노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다. 사실 나노를 개발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익 창출보다는 사회공헌 성격이 강했다. 그가 나노의 개발을 결심한 배경부터가 그랬다. 타타 회장이 2003년께 인도 벵갈루루의 비 오는 거리에서 남편과 아내, 그들의 자녀 2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빗길에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 더 안전한 교통수단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노 개발의 시초가 됐다.

 타타 회장은 “나노에 대해 ‘싸구려 차’ ‘가난한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험담이 적지 않지만 나는 나노가 인도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합리적인 차라고 생각한다”며 “나노를 실패작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델리 모터쇼에 선보인 나노 후속 모델 또한 나노의 성공을 꿈꾸는 타타 회장의 집념이 담겨 있었다. 우선 디젤엔진을 단 나노다. 인도에서는 경유에 보조금이 붙어 가솔린에 비해 기름값이 절반 정도 싼 편이어서 서둘러 디젤 엔진을 개발해 나노에 장착했다. 조만간 디젤 나노를 출시한 뒤 CNG(압축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나노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타타 나노 2009년 3월 인도에서 10만 루피(당시 약 240만원)에 출시된 초저가차. 현재는 14만 루피에 팔리고 있다. 전체 길이가 3m에 불과하고 600㎏의 가벼운 중량에 35마력을 낸다. 달리기보다는 이동 자체에 중점을 뒀다. 624㏄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으며 23.6㎞/L의 연비를 낸다.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사양만 집어넣고 에어컨과 오디오 등은 제외해 가격과 중량을 대폭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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