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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황토고원과 이스터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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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베이징지역은 설날명절(춘제 春節)이 지나면서 불편한 봄맞이가 시작된다. 봄이 되면 화신(花信)보다 먼저 찾아오는 황사라는 불청객 때문이다. 황사의 발원지는 베이징에서 북서쪽으로 600km 떨어진 네이몽구의 쿠부치(庫布齊) 사막으로 알려져 있다. 봄이 되면 중앙아시아의 알타이산맥과 곤륜산맥 사이의 동쪽 골짜기를 거쳐 편서풍을 따라 내려오는 바람이 인산산맥과 허란산맥의 협곡에서 풍구(風口)를 이루어 갑자기 폭풍으로 바뀐다. 이 바람은 쿠부치 사막의 수천만 톤의 모래를 하늘로 뽑아 올려 네이몽고와 허베이성 일대를 시커멓게 뒤 덮는다. “사천빠오(沙塵暴)”라고도 불리는 이 모래바람이 베이징과 톈진 등을 거쳐 편서풍을 따라 한반도와 일본까지 날라 간다.

황사를 막을려면 이 풍구를 막아야한다. 여기에 착안한 “한중문화청소년협회(한중미래숲)”에서 이 풍구에 거대한 녹색장성을 쌓기로 한 것이다. 진시황(秦始皇)이 질풍같은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위해 만리장성을 쌓았다면 21세기의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들이 황사바람을 막기위해 또 하나의 장성을 쌓는 것이다. “한중미래숲”은 국제연합(UN)과도 협력 사막에 강한 백양나무 등 10억그루의 나무를 15km에 걸쳐 식목하여 쿠부치 사막을 녹화시킨다는 것이다. 지구 면적의 3분의1이 사막 또는 건조지역이고 사막화 현상은 현재도 진행중이라서 쿠부치 사막의 녹화사업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칠레의 해안에서 서쪽으로 3500km 떨어진 남태평양에 이스터(Easter)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은 거의 나무가 없고 초원으로 되어 있으며 인구 3000여명의 작은 외딴섬이다. 그런데 높이 5m-10m 무게 수십톤의 사람의 모양을 한 “모아이(Moai)”라는 석상(石像)이 900여개나 있다. 모아이는 채석장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에 세워져 있어 이 거대한 돌덩이가 어떻게 운반되어 있는지가 미스테리였다.

그러나 환경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내용에 의하면 이스터 섬은 본래 야자수등 다양한 수목이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섬 주민들이 “모아이”라는 제례용(祭禮用) 석상을 만들어 이동시키기 위하여 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마구잡이 벌채를 하여 지금은 숲이 전혀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사막등 불모의 땅이 많지만 옛날에는 푸른 숲이 중국대륙을 뒤 덮었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BC 1500년경의 은(殷)왕조까지는 지금의 산시성과(山西省)싼시성(陝西省) 일대의 황토고원은 코끼리등 대형동물이 서식할 정도의 산림지대였다고 한다. 인구가 늘어 나면서 수 많은 목재를 벌채하기 시작하였고 특히 청동제기(靑銅祭器)및 기와제조의 연료로 목재를 대거 남벌함에 따라 오늘 날과 같은 민둥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글자(漢字)의 동(東)자를 자세히 보면 태양이 숲속에서 떠 오르는 모습이다. 옛날 중국에는 곳곳에 숲이 많아 태양(日)은 지평선이 아니고 수풀(木)위에서 떠 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쿠부치 사막 뿐만이 아니라 황토고원등에 한국의 젊은이와 함께 13억의 중국인이 너도 나도 나무를 심는다면 금세기 내에 중국은 다시 수풀위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 할 것으로 본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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