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정치에 오염된 올림픽 정신

중앙일보

입력

"쿠베르탱은 올림픽이 지금처럼 돈과 정치에 밀접하게 관련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못했을 것이다"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그 대학의 노베르트 뮬러 박사는 최근 내놓은 '올림픽정신(Olympism)'이라는 책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 책에서 근대올림픽을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주창한 올림픽정신은 돈과 정치, 음모에 의해 오염돼 원래의 의미를 잃어버렸음을 강조했다.

쿠베르탱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는 것.

거부였던 쿠베르탱은 모든 재산을 올림픽 운동에 쏟아붓고 37년 가난한 채로 세상을 떠났지만 이듬해 TV중계가 시작되면서 올림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싸우는 과정'이라고 했던 쿠베르탱의 눈에는 대다수 각국 올림픽위원회(NOCs)와 경기연맹, 그리고 공식후원사들이 메달리스트들에게 엄청난 포상금을 주는 일도 놀라운 일이다.

쿠베르탱은 사람들을 정치에서 해방시키는 '탈출구'로 올림픽을 떠올렸지만 현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국제 정치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뮬러는 그 예로 22년 IOC 위원장이었던 쿠베르탱이 워런 하딩 미국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을 때 하딩은 쿠베르탱이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현재는 IOC 위원장이 단한 장의 편지로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감옥에 있는 IOC위원을 석방하라는 압력을 넣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꼬집었다.

뮬러박사는 근대올림픽 초기와 현재의 올림픽이 가진 유일한 공통점으로 '음모'를 들었다.

쿠베르탱의 시대나 지금이나 IOC와 경기 단체들이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고 음모와 담합의 기술만 발전해왔다는 것.

그는 이 책에서 훼손된 올림픽 정신을 회복할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쿠베르탱이 다시 살아난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말로 올림픽운동 부활의 필요성을 드러냈다. (시드니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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