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더 오르면 비축유 방출검토

중앙일보

입력

정부는 월평균 원유 도입단가가 배럴당 평균 30달러를 넘을 경우 '비상계획' 을 발동, 정부 비축유(29일분 5천8백만배럴)를 단계별로 풀기로 했다.

현재 3천9백억원 규모인 유가완충자금도 활용, 국내 기름값이 급등하는 것을 저지할 계획이다.

정부는 8일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신국환(辛國煥)산업자원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대책안을 마련했다.

비축유 방출 등 비상계획이 발동되면 걸프전 당시인 1990년 이후 처음이 된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월평균 원유 도입단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27달러이며, 9월 1일 이후 7일까지 도입단가는 30.46달러다.

10일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의 이후 국제 유가가 내려가지 않는 한 다음달 말을 전후해 실제 '비상계획' 이 발동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와 함께 대형건물 등 민간부문의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에너지 절약시설 지원자금을 6백50억원에서 9백4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으며, 내년부터는 산업체의 에너지 절약 투자자금으로 매년 1천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산자부는 이번 긴급대책에 따른 재정자금 지원규모가 1천5백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현재 산업체의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액 가운데 5%를 세금에서 빼주는 세액 공제폭을 내년부터 10%로 확대해 주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한편 연일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 유가는 7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배럴당 35달러를 돌파, 전날의 10년래 최고치(34.90달러)를 하루 만에 경신했다.

뉴욕상품시장의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이날 배럴당 34.50달러에 거래가 시작돼 35.4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5.39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90년 11월 이후 최고가격이다. 사상 최고치는 90년 10월 10일의 41.15달러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10일 OPEC 각료회의에서 하루 50만~80만배럴의 증산 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동절기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유가가 폭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7일 "고유가는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의 경제에 불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산유국에도 해가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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