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자 연구비 횡령 … CCTV에 딱 걸린 지도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해 7월 4일 오전 10시 서울 사립 A대학 이공계 캠퍼스 내 한 은행 지점에 대학원생 2명이 들어섰다. 이들은 자기 몫의 인건비와 연구비가 들어오는 통장을 은행 직원에게 내밀었다. 통장에 있던 돈을 모두 현금과 수표로 인출하더니 지도교수인 B씨의 통장에 그대로 입금했다. 감사원이 확인한 약 20분간의 은행 폐쇄회로TV(CCTV) 화면엔 B교수팀 연구원들의 이런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감사원이 지난해 7~9월 6개 국공립대, 29곳 사립대와 한국연구재단을 대상으로 ‘대학 연구개발사업 지원·관리 실태’를 조사하면서 드러난 교수들의 비리 현장이다.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수법은 다양했다. 사립 C대의 공학과 한 교수는 정부기관에서 받은 25개 과제 연구비 30억원 중 6억4000여만원의 인건비를 공동 관리계좌에 입금하도록 했다. 그러고는 이 계좌에서 3억7000만원을 본인이나 가족의 계좌로 빼돌려 사용했다.

 학생들에게 지급된 교내 장학금까지 연구과제 수행과 관련이 없는데도 자신의 계좌에 입금시킨 교수도 있었다. 3년에 걸쳐 7개 대학의 연구책임자 26명이 전문성이 없는 자신의 가족 등을 연구에 참여시켜 약 2억8000만원을 지급한 사실도 감사원이 적발했다. 감사원은 19일 이렇게 지도학생의 인건비 등을 빼돌린 교수 등 10명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전문성 없는 연구책임자의 친인척이 연구과제에 참여할 수 없도록 연구관리 표준매뉴얼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건물을 지으라고 독지가나 기업들이 기부한 돈을 학교 운영비로 빼돌려 쓴 대학들을 적발했다. 5개 대학에서 2006~2010년 총 63억원을 애초의 기부 목적과는 달리 법인 운영비 등으로 전용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근로장학금을 교직원 자녀 등에게 부당하게 지급한 사례도 2006년부터 5년간 30억원(2008명 분)에 달했다.

 감사원은 교육과학기술부에 기부금이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기부금을 대학 교비회계 세입항목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장학금이 잘못 지급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고도 주문했다.

조현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