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아끼자 … 열효율 좋은 무쇠 주물 냄비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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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프랑스 브랜드인 르 크루제의 무쇠 주물 냄비. 무거운 뚜껑이 열과 수분을 잡아줘 에너지 손실을 막는다.

‘지름 16~20㎝ 짜리가 25만~30만원’.

 이런 프리미엄 냄비가 국내에서 인기다. 프랑스산 무쇠 주물 냄비 ‘르 크루제(Le Creuset)’다. 지난해 한국에서의 매출이 전년 대비 60% 늘었다.

 르 크루제는 2006년 한국에 들어왔다. 초기엔 분홍·빨강·연두색과 같은 파스텔톤의 에나멜 코팅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의 인기 요인은 다르다. 르 크루제 코리아의 박미아 영업·마케팅 총괄 이사는 “전력난 때문에 무쇠 주물 냄비를 쓰는 쪽으로 주방문화가 바뀐 게 매출이 늘어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전기를 아끼자는 인식이 퍼지면서 가스불에 밥을 지으려는 주부들이 열효율 좋은 냄비를 찾다보니 르 크루제가 많이 팔렸다는 얘기다. 실제 전기밥솥의 전력 소모량은 만만치 않다. 에너지시민연대에 따르면 하루 두 번 밥을 짓는 5인 기준 전기밥솥의 한 달 전력 소모량(30㎾h)은 하루 다섯 시간씩 켜놓는 76㎝(30인치) 컬러TV(20.5㎾h)보다 많다.

 지난해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에서도 같은 이유로 르 크루제 매출이 20% 늘었다. 도쿄지역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도쿄가스는 아예 가스불을 이용한 무쇠 주물 냄비 요리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무쇠나 스테인리스스틸 냄비 모두 가스불에 쓸 수 있지만 특히 무쇠가 인기인 것은 열효율이 높아서다. 스테인리스보다 30% 열을 더 잘 전달한다. 여기에 르 크루제는 냄비 뚜껑을 무겁게 만들었다. 내용물이 끓을 때 뚜껑이 들썩거려 수분과 함께 열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서다. 르 크루제로 조리할 경우 가열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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