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기술특허료 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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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반도체.정보통신 업계에 세계 기업들이 서로 얽혀 기술특허료를 둘러싸고 벌이는 분쟁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기술특허를 가진 업체들이 해당 기술을 응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기술료를 내라고 압박하거나 소송까지 제기하고 있다.

업계는 전자제품 등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무선통신 기반기술로 옮겨가는 새 기술 도입기를 맞아 관련 기술시장이 본격 형성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 연방법원에 미국.대만의 5개 PC 제조업체를 상대로 이들 회사가 LG전자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4일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의 기술은 PC가 정보를 주고받는 데 필요한 PCI 버스(정보전달 통로 규격) 로 LG전자는 세계 30여개 PC업체가 이를 사용 중인 것을 확인하고 계속 쓰려면 기술사용 계약을 맺고 로열티를 내라며 이들 업체와 협상 중이다.

인텔사는 최근 계약에 응해 로열티를 내기로 했다고 LG전자가 설명했다.

현대전자는 지난달 31일 반도체 설계 업체인 미국 램버스사를 상대로 특허무효 확인 소송을 미국 법원에 냈다.

램버스사가 현대전자의 주력제품인 SDR 싱크로너스D램과 차세대 DDR 싱크로너스D램의 일부 제조기술이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기술사용 계약을 맺고 사용하라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현대전자는 싱크로너스 기술은 이미 공개된 것이라며 특허무효 소송을 냈다.

램버스사는 세계 D램업체를 상대로 같은 내용의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일본 히타치사는 로열티 지불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내용의 요구를 받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인텔사는 최근 대만의 칩세트업체인 비아사를 특허 침해로 제소했고, 히타치는 메모리칩 분야의 경쟁업체인 대만의 난야사에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기술특허사용계약을 맺으면
연간 로열티로 수억달러를 벌 수 있고
부품수출판로가 자동으로 열리고
각종 전략적 제휴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세계표준화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특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국내업계는 최근 한국에서 개발한 전자.정보통신 기술이 세계표준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늘면서 이런 현상이 한국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LG전자 함수영상무는 "디지털 시대에는 한국도 외국기업에서 특허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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