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혼 “한국과 논의할 이슈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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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이 16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자마자 곧 시내 모처에서 김태효(사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과 예정에 없던 비공개 만찬을 함께했다. 김 기획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두 사람이 양국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서로 탐색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인혼 조정관으로선 특히 청와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김 기획관과 만났을 것”이라며 “두 사람은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김 기획관은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이던 2002년부터 대량살상무기(WMD)·군축·비확산 등 국제회의 무대에서 아인혼과 만나 친분을 다져온 사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본적으로 양국 정부 모두 이번 논의가 이란은 물론 북한과 중동의 비핵화 프로세스에 도움이 돼야 하고 동맹국들의 경제에 과도한 부담이 돼 안 된다는 윈-윈(win-win)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인혼 조정관은 미국의 국방수권법이 발효되기 전인 지난달 초에도 방한해 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날도 아인혼 조정관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이란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유용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 왔다”며 “(한 달 새) 논의가 필요한 다른 이슈들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에 이란 의존도가 높다는 점(전체 원유 수입량의 9.7%)을 들어 국방수권법 적용을 유예받거나 예외로 인정받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다만 내부적으론 “국방수권법은 미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으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외길”(청와대 관계자)이란 인식에서 어느 정도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은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고 한국이 마지못해 하는 구조가 돼선 안 된다는 뜻도 양국 간에 하고 있다”고 전 했다. 올해 총선·대선을 앞두고 자칫 반미 이슈로로 번지게 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아인혼 조정관은 17일 외교통상부·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를 찾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감축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가 오갈 것 같진 않다. “아직 토론을 한참 더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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