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못하는 췌장암, 희망을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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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모(73·경기도 성남시)씨는 2007년 2월 정기검진에서 췌장암이 발견돼 서울의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었고 가끔 배가 아픈 정도였는데도 췌장암 3기로 판정됐다. 의료진은 4㎝ 크기인 종양이 주요 혈관 근처에 자리해 수술은 어렵다고 했다. 대신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권했다. 최씨는 매일 10분씩 한 달간 방사선 장비인 토모테라피(tomotherapy)로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항암제 치료를 병행했다. 5개월 뒤 종양 크기가 절반 정도로 줄어 수술이 가능해졌다. 그는 수술 뒤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에 종전보다 효과가 탁월한 치료법이 개발됐다. 항암제와 고(高)선량의 방사선 치료를 먼저 실시해 암 크기를 줄여놓은 뒤 수술하는 방식이다.

 세브란스 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의 성진실(사진) 교수와 췌장암 전문클리닉팀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 39명을 대상으로 항암제와 토모테라피 치료를 병행 실시한 결과, 절반 가까이에서 암 크기가 50%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고 16일 밝혔다.

 성 교수는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1.8㏉(그레이·방사선 흡수선량 단위)를 총 28회 쬐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지만 우리 팀은 고(高)선량인 2.54Gy를 23회 쬐어 주는 방식을 썼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치료 방식으로 대부분 환자의 암 크기가 감소했고 19명은 크기가 절반 이상 줄었다. 특히 8명(20.5%)은 수술 가능 수준까지 암 크기가 감소해 수술을 받았고 이 중 4명이 현재 생존해 있다.

 췌장암은 통상 수술이 가능한 암과 불가능한 암으로 분류된다.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는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의 생존율은 6개월 정도다. 대개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받지만 대부분 암이 재발하거나 간으로 전이돼 생존기간이 1년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 교수팀의 치료를 받은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21개월이나 됐다.

◆토모테라피(tomotherapy)=정밀 방사선 조사(照射) 장비. 컴퓨터단층촬영(CT)과 같이 360도 전 방향에서 다수의 단층으로 쪼개어 방사선을 쬔다. 주변 조직 손상 없이 최대한의 방사선을 암 조직에 쬘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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