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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고객’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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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명학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대학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쾌적한 교육환경, 그리고 신속하고 친절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학생 입장에서는 그 많은 등록금을 내니 이러한 것들을 자신이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학은 교육기관이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다. 교육기관은 피교육자인 학생들에게 학문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가르치고 일깨워주어야 하며, 아직 여러 가지로 미성숙한 학생들을 성숙한 인격체로 거듭나게 해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

 어느 대학이고 학생 전용 게시판에 ‘우리가 낸 등록금으로 월급을 받는데 이렇게 불친절할 수 있나?’라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런 글을 보고 있자면 참으로 착잡하고 허탈해진다. 직원 중에 간혹 불친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상황을 보는 시각과 태도다. ‘내가 낸 등록금으로 월급을 받는 데 이럴 수 있나’라는 천민자본주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리고 그런 학생들을 나무라지도 못한다면 대학은 이미 교육기관이 아니다.

 대학이 과연 교육기관으로서 제 구실을 하고, 본연의 자기 역할을 위해 노력을 해왔던가. 학생은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미숙한 존재다. 그런데 ‘학생은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하나에서 열까지 조금도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는 것은 교육을 그만두자는 것이다. 교육 목적에 합치하는 것이라면 학생들이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참고 견디게 해야 한다. 또한 잘못된 언행을 하면 따끔하게 나무라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뭐 하나 불편함 없이 대학에 다닌 학생이 졸업 후 교문 밖을 나가면 나가자마자 죄다 불편한 것이 현실인데, 제 구미에 맞지 않으면 제멋대로 떠들던 그들을 불만이 가득한 불평분자로 만들 생각인가.

 이제 학생은 고객이 아니라 우리가 가르치고 일깨워 주어야 할 피교육자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잘못을 저지르면 진정으로 그들의 잘못된 행동과 생각을 타이르고 마음속으로 깨닫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보다 큰 가치를 위해 살아가도록 일깨워 주어야 한다. 요즈음 이른바 ‘왕따’를 당한 학생이 괴로움과 외로움 속에 세상을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면서 늦었지만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여기가 교육기관이며 우리가 왜 학생들을 교육하는지 구성원 모두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자성(自省)할 수 없나.

이명학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