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수출 증가 = 역조 심화’ 공식 깨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지난해 일본 대지진과 엔화가치 상승(엔고)의 영향으로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개선됐다.

 1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일본으로의 수출은 2010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3% 증가한 360억 달러로 20여 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입은 7% 늘어난 624억 달러였다. 대일 적자는 264억 달러였지만 이는 2010년에 비해 65억 달러가 줄어든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그간 수출이 늘면 대일 무역적자 폭이 커지는 것이 공식처럼 돼 있었다. 한데 지난해에는 우리 수출이 사상 최초로 5000억 달러를 돌파했음에도 외려 적자 폭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대일 수출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일본 기업이 대지진과 엔고라는 악재를 동시에 겪으면서 한국 제품 구매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무협은 분석했다.

 대일 수출은 지진 발생 6개월 전인 2010년 3분기부터 이미 평균 수출 증가율을 넘어섰고, 수입은 2010년 4분기부터 평균 수입증가율을 밑돌았다. 무협은 이번 무역적자 개선이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對) 세계 수출 부진→국내 투자 위축→대일 수입 감소→대일 적자 감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과거 두 차례의 경우 모두 자본재 분야에서 적자가 개선됐지만 지난해에는 원자재 분야에서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2010년(1~11월) 대일 적자를 보인 건설광산기계·합성고무·조명기기·음향기기·사무기기 같은 다수의 기계 품목이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조명기기와 음향기기는 최근 10년간 줄곧 적자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