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세제 개편안 주중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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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이 왠지 혼란스럽다.태풍속에 맞은 9월은 여러면에서 출발이 산뜻하지 못하다.

여름내 의약분업 파동에 시달렸던 독자들은 이번엔 한빛은행 불법대출 의혹사건을 둘러싼 정치권과 수사당국·은행의 공방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정치·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경제가 독야청청 잘나간 적은 거의 없다.정치와 경제간의 벽이 거의 허물어진 지금은 더욱 그렇다.물론 경제 내적인 이유가 크긴 하지만 지난주 시장과 지표의 움직임은 정말 혼란스러웠다.

예컨대 지난주 시장금리는 한때 7%대까지 떨어졌고 주가는 죽을 쑤었다.환율이 외환위기이후 최저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원화가치는 초강세를 보였다.

금리가 떨어지면 주가가 오르고,원화가치는 약세가 된다는 상식이 무색한 움직임이었다. 이유는 복잡하지만,아직 제구실을 못하는 시장에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지난주 그나마 상식대로 움직인 것은 유가와 물가였다.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는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국내 휘발유값도 리터당 1천3백원선을 넘어섰다. 의보수가까지 가세하면서 8월 물가는 한달새 0.8% 올랐다.

이런 흐름속에 오는 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일단 주목의 대상이다. 한국은행이 최근의 물가불안조짐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날 콜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주 한국·중앙종금 영업정지가 보여주듯 금융시장이 아직 취약해 금리인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추석때문에 돈이 급한 기업들은 보유달러를 내다팔 수 밖에 없어 원화 강세는 정부의 개입이 있어야 완화될 전망이다.

주중에 발표될 정부의 세제개편방안과 대우 부실회계 책임자 및 회계법인 제재조치도 눈여겨봐야할 부분이다.

세제개편 안에는 국민연금 보험료 소득공제 등 중산층의 세부담을 덜어줄 선물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한빛은행 사건과 종금사 연쇄부실화 등이 이번주 이후 금융구조조정의 속도와 강도를 한단위 높여주는 계기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현대사태는 현대차 계열분리와 외자유치·이익치회장의 퇴진 등으로 진화단계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남은 현안중 하나인 대우차 새주인 찾아주기도 지지부진한 포드와의 협상에서 전기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외에서는 역시 유가의 향배가 가장 큰 관심사다.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은 지난주 영국과 프랑스,방글라데시 등 여러 나라에서 항구봉쇄·총파업 등 집단 반발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안정을 위해 노력중이지만 OPEC(석유수출국기구)회원국들의 추가 증산합의가 없는한 단시일내에 오름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이도 저도 잘 안된다면 에너지 절약이라도 열심히 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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