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이기렴 … 미국서 온 치유의 선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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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라서 미안해’

안되지 안되지 안되지 때리면 안돼
안되지 안되지 안되지 뺏으면 안돼
아무리 너희들이 합쳐서 때린다 해도
그래도 내 날개 힘차게 창공을 날아 갈거야
(후략)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LA중앙일보 독자 홍광식(69·사진)씨가 본지의 ‘멈춰! 학교폭력’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홍씨는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며 자신이 작곡한 노래 5곡을 보내 왔다. 왕따지만 날개를 펴고 극복하겠다는 ‘왕따라서 미안해’, 자살을 택한 16세 여학생을 위로하는 ‘내 친구 지나’ 등이다.

 홍씨는 1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2005년 처음으로 ‘왕따’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며 “당시 한 청소년이 왕따를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는 뉴스를 보고 ‘그 친구가 나약한 것은 아닌가’ 의심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학교폭력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 아파하는 조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택한 건 음악이었다. 홍씨는 전문 음악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음악과 인연이 많았다. 중학교 때 ‘우리의 소원’을 작곡한 안병원 선생에게 음악을 배웠고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의 권유로 기타를 쳤다. 서울대 공대 1학년 시절엔 한양대 공대에 다니던 서수남씨를 만나면서 작곡을 시작했다. 홍씨는 “하숙집에서 수남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곡을 썼다”고 회상했다.

 이후 한 방송국의 개국 기념 중창 콩쿠르에서 1위를 하고 라디오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서수남씨는 결국 가수의 길을 택했고, 홍씨는 군복무 후 1971년 미국으로 이민해 항공기 부품을 제작하는 엔지니어로 생활해 왔다.

 홍씨는 15년간 음악을 잊고 살았지만 85년 할머니와 어머니가 연이어 사망하면서 추모곡을 만들었다. 이후 틈나는 대로 가족과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을 음악으로 담아내고 있다.

 홍씨는 자신이 작곡한 ‘왕따라서 미안해’ 등의 노래가 시·도 교육청 등을 통해 일선 중·고교에 보급돼 학교폭력에 찌든 청소년의 마음을 치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의 ‘멈춰! 학교폭력’ 운동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것처럼 내 노래도 청소년들이 서로 아끼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효과를 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씨는 “최근 학교폭력의 원인은 한국에서 인성교육, 역사교육이 실패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가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경쟁사회에서 이득을 얻는 법만 가르치고 있다”며 “가정과 학교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대 남가주 동창회 합창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씨는 “조만간 청소년을 위로하고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는 곡을 모아 자선앨범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왕따라서 미안해' 듣기

▶동참하려면=‘멈춰! 학교폭력’ 운동에 공감하는 교사·학부모·학생 등은 폭력 근절 경험담과 노하우, 제언 등을 e-메일(school@joongang.co.kr)로 보내 주세요. 정부 부처와 기관, 단체의 참여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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