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멈춰!’ 바람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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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성동초등교 과학실험실에서 이병수(61) 교장·이성연(36·여) 과학실험 교사와 1~2학년 어린이들이 상황극을 통해 학교폭력 근절 ‘멈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12일 낮 12시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성동초등교 과학실험실. 한 어린이가 친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다. 맞은 어린이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때 지나가던 어린이들이 다가가 한목소리로 외친다.

 “멈춰!” “멈춰!”

 친구를 괴롭히던 어린이가 머쓱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쳐다본다. 폭행을 당하던 아이는 다른 어린이들의 ‘멈춰’ 소리 덕에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날 상황극은 이병수(61) 교장이 본지의 학교폭력 근절 캠페인 ‘멈춰 운동’을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방학을 맞아 방과후 학교에서 과학실습을 하던 1~2학년 어린이 10여 명이 참가했다. 어린이들은 “앞으로 친구를 때리는 아이들을 보면 ‘멈춰’라고 외치겠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새 학기부터 이 운동을 보급해 괴롭힘을 당하는 어린이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반 학생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권모(13)군 사건이 발생한 대구가 학교폭력 근절 멈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다음 달 초 대구교육청·대구시·대구지방경찰청·시민단체 등 각계가 참여하는 출범식을 하고 범시민운동에 나선다. 교육 당국 외에 행정기관과 시민단체 등이 동참하는 것은 대구가 처음이다.

 시교육청은 개학과 함께 초·중·고생 37만 명 전원에게 멈춰 운동 매뉴얼을 배부할 예정이다. 명함 크기의 매뉴얼에는 폭행 현장을 목격했을 때 대처와 신고전화 걸기 등의 대응요령이 담긴다. 또 초·중·고 439개교에 담당 교사를 지정해 학생 교육을 맡는다.

▶동참하려면=멈춰! 학교폭력 운동에 공감하는 교사·학부모·학생 등은 폭력 근절 경험담과 노하우, 제언 등을 e-메일(school@joongang.co.kr)로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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