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의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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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의 오늘 경기를 지켜본 국내 팬들은 노히트노런을 내심 기대하셨으리라 짐작한다.

3회까지 퍼펙트를 이어갔고, 4회 케로스의 실책으로 진루를 허용했지만 최상의 구위여서 대기록이 눈앞에서 아른거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6회 2사까지 무안타로 호투한 것도 대단한 뿐더러 자신의 최고기록인 14개의 삼진을 작성한 것도 그렇다.

천적같은 젠킨스를 2개의 삼진과 병살타로 처리한 것은 승부사의 기질마저 느끼게 한다. 바야흐로 박찬호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느낌이다.

투수가 가장 기분 좋은 상태는 자신이 마음먹은 코스로 쑥쑥 공을 뿌리는 것이다. 일단 컨트롤인 것이다. 최근 박찬호가 3연승의 행진과 함께 20이닝 무실점이란 호투를 이어간 원인도 바로 컨트롤에서 찾을 수 있다.

좀더 들어가 보면 박이 올시즌 초중반까지 지적 받았던 변화구의 제구력이 좋아진 것이 결정적이다. 135킬로를 넘나드는 슬러브(슬라이더성 파워커브)의 위력이 날이 갈수록 더해갔다.

체인지업은 부상없이 시즌을 지내온 투수라면 가을들어 최고조의 위력을 발하게 된다. 경기 감각과 함께 자유자제의 구사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박의 남은 경기도 기대할만하다. 빠른공을 꼭 던져야할 타이밍과 의외의 타이밍에 섞어 던지며 체인지업을 적절히 섞는다면 박의 공을 쳐내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14개의 삼진으로 시즌 14승을 따내고 메이저리그 통산 61승으로 자신의 배번과 동수를 이룬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철저한 몸관리와 최고의 매너로 '코리안특급'에서 '메이져특급'으로 불려질 날도 머지 않았다.

박찬호가 국내팬과 교포들 뿐 아니라 연고지인 LA지역을 뛰어넘는 전 미국이 환호하는 투수로 뻗어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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