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라앉아도 부동산 펀드는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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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2000억원짜리 부동산펀드를 만들었다. 투자 대상은 서울 여의도공원 대로변에 인접한 하나증권 빌딩. 유수의 증권사 등이 입주해 100% 임대돼 있었다.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서로 더 많이 투자하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운용사는 쏟아지는 돈을 마다할 수밖에 없었다. 6개월마다 배당하는 이 펀드는 연 6% 이상의 수익을 낸다. 앞으로 매각차익까지 계산에 넣으면 수익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는 착 가라앉았지만 부동산 간접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기준 16조4000억원이었다. 2008년 9월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8조원대였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늘어 2009년 9월 10조원, 2010년 말엔 14조원으로 늘었다.

 부동산펀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주택시장 침체 속에 고급 사무실 등 일부 수익형 부동산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연기금·공제회·보험사 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장기 ‘큰손’들이 대안투자로 선호한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박점희 부사장은 “금융권에 자금은 풍부한데 굴릴 데가 없어 기관 포트폴리오가 채권에 몰려 있다”며 “부동산펀드 평균 운용수익률이 6% 이상이어서 채권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도심 오피스 빌딩에 집중돼 있던 투자 대상도 다양해졌다. 요즘에는 아시아 관광객 특수를 누리는 호텔과 쇼핑몰이 뜬다. 서울 명동의 복합 쇼핑몰 ‘눈스퀘어’가 대표적이다. 2007년 코람코자산신탁이 우리은행, 싱가포르계 자금 등으로 펀드를 만들어 인수했다. 명동 최상의 입지였는데도 번번이 실패했던 이 쇼핑몰을 인수 후 새단장했다. 이후 ‘H&M’ ‘ZARA’ 등 글로벌 의류 브랜드를 입점시켜 수십 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100% 임대됐다.

 앞으로도 부동산펀드 투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맵스운용 박 부사장은 “연기금 등이 연초 투자계획을 세울 때 부동산펀드 투자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며 “다만 국내에는 투자대상 물건을 찾는 데 한계가 있어 급증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의 활발한 부동산펀드 투자에 비해 개인에게는 기회가 별로 없다. 운용사들이 공모펀드를 드물게 내놓아, 국내 부동산펀드의 90%가 사모형이다. 한국토지신탁 김주연 리츠사업부 이사는 “운용사 입장에서 공모펀드는 비용도 많이 들고 사후관리도 복잡해 기피한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간혹 오피스 빌딩 임대 수익 공모펀드가 나오기만 하면 인기리에 판매된다. 그렇다 보니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10일 미래에셋증권은 브라질 상파울루 중심업무지구 빌딩에 투자하는 800억원짜리 공모펀드를 내놨다.

 다만 수익형 부동산도 양극화가 심해질 전망이어서 투자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투자기업 알투코리아 김태호 이사는 “서울에서도 외곽 지역의 중소형 오피스는 공실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반면에 도심의 연면적 3만㎡ 전후의 오피스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해 투자자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수연·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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