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눈으로 ‘뒤덮힌’ 세상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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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요즘 대관령·태백산·지리산·설악산 등지에서 눈꽃축제가 한창이다.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모습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리고 있다고 한다.

 눈꽃축제를 다녀온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면 “온 천지가 눈으로 덮혀 있는 모습을 보려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눈으로 새하얗게 뒤덮힌 태백산의 절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렸다” “대관령은 대부분의 나무가 눈으로 뒤덮혔다”에서와 같이 ‘덮히다’ 또는 ‘뒤덮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덮이다’ 또는 ‘뒤덮이다’고 해야 한다. ‘덮이다’는 ‘덮여, 덮인, 덮였다’로 활용된다. ‘뒤덮이다’ 역시 같은 형태로 활용된다.

 ‘덮이다’와 ‘덮히다’는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피동(주체가 다른 힘에 의해 움직이는 동사의 성질)이나 사동(주체가 제3의 대상에게 동작이나 행동을 하게 하는 동사의 성질) 표현을 만들 때 이처럼 ‘이’를 써야 할지, ‘히’를 써야 할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이’는 ‘높이다, 깊이다, 덮이다, 뒤덮이다’ 등과 같이 쓰이고, ‘히’는 ‘뽑히다, 넓히다, 맺히다’ 등처럼 사용된다.

 피동과 사동이 만들어지는 데 일정한 규칙은 없다. 단어에 따라 ‘이’가 붙는지, ‘히’가 붙는지 익히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만히 용례를 살펴보면 ‘높이다, 깊이다, 덮이다’ 등에서처럼 받침이 ‘ㅍ’인 경우엔 ‘이’가 쓰인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와 ‘히’가 헷갈릴 땐 받침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뒤덮이다’처럼 ‘ㅍ’인 경우 ‘이’를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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