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MLB 잡학사전 (11) - GM 능력 평가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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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A 다저스의 케빈 말론 단장을 놓고 말들이 많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단장(General Manager)은 그야말로 구단의 살림꾼같은 존재이다. 크게는 구단의 전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하며, 작게는 야구장 안에서 파는 소다의 가격까지 정한다.

그러나 단장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의무는 구단주가 주는 일정 한도의 비용으로 가장 효율적인 선수단을 구성, 최선의 성적을 올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30명의 단장은 그 처해 있는 위치가 각각 다르다.

첫째는 각 구단의 재정상태. 연봉 1억을 받는 집과 2천만원을 받는 집의 살림살이가 틀리 듯, 메이저리그 각 구단들도 그 수입규모를 달리한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Forbes)에서 조사한 구단의 가치순위에 따르면 1위 뉴욕 양키스는 5억4천8백만 달러의 구단 가치를 가지고 있는 반면, 최하위 몬트리올 엑스포스는 8천9백만 달러로써 무려 6배 이상의 차이가 나고 있다.

만약 몬트리올 단장이 양키스와 같은 씀씀이를 보인다면, 엑스포스는 채 2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뉴욕 양키스, 애틀란타, 클리블랜드, 볼티모어, LA 다저스, 뉴욕 메츠 같은 팀의 단장들은 다른 단장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하게 된다.

두번째는 단장에게 주어진 권한의 차이. 양키스의 단장 브라이언 캐시먼은 뛰어난 단장임엔 틀림없지만, 다른 단장들보다는 권한이 약하다. 그것은 모든 의사결정마다 사사건건 간섭하는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있기 때문이다.

애틀란타의 단장 조지 슈월츠의 뒤에는 야구광 테드 터너가 있고, 애리조나 단장 조 갈라지올라가 가진 권한의 많은 부분은 벅 쇼월터 감독에게 넘어가 있다. 반면 보스턴의 댄 듀켓, 신시내티의 짐 보든, 다저스의 케빈 말론 등은 구단주가 완전한 권한을 쥐어준 사례들.

단장이 선수단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드래프트, 혹은 해외시장의 개척을 통해 좋은 선수를 얻은 다음 팜(farm)을 통해 자체적으로 길러내는 것. 둘째는 트레이드를 통해 좋은 선수들을 수집하는 것이다.

선수를 길러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단장들로는 오클랜드의 빌리 빈,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론 슈어러, 클리블랜드의 존 하트 등이 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은 그 빈약한 재정상태에도 불구하고 '타자는 선구안으로 말한다'라는 신념으로 제이슨 지암비, 벤 그리브, 에릭 차베스 같은 무시무시한 타자들을 키워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존 하트는 특히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하트는 30개 구단 중 10위에 들지도 못하는 연봉총액으로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했다.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유격수인 오바 비즈켈의 올시즌 연봉이 3백만달러라면 누가 믿겠는가.

그러나 하트는 브라이언 자일스, 션 케이시, 제로미 버니츠를 비롯한 일련의 트레이드 실패로 최고의 단장 자리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트레이드를 잘하는 단장으로는 허허벌판에서 울창한 숲을 일궈낸 플로리다의 데이브 덤브러스키 단장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로저 클레멘스와 모 본을 버리고,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얻어온 보스턴의 댄 듀켓. 가장 잘나갈 때 미래를 대비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론 슈어러 등이 있다.

그밖에 지금의 토론토를 만든 장본인이자, 시애틀의 미래를 구축하고 있는 팻 길릭, 가장 적적한 타이밍에 후안 곤잘레스를 방출한 텍사스의 덕 멜빈도 뛰어난 단장으로 칭송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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