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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계 생산기술로 승부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원천 기술이 없으면 생산 기술로 승부한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벤처기업인 바이오존은 '바이오콘' 이란 일본산 첨단 원액을 들여와 '바이오콘 에이스' 라는 대형 냉장고 모양의 식품 저장장치를 개발했다.

바이오콘은 식품의 세균 침투.번식을 막아주는 식염.중탄산나트륨 등 여러 물질을 배합.가공한 원액으로 알파라는 일본의 무명 중소업체가 20여년의 노력 끝에 개발해 낸 신소재다.

바이오존은 수년전부터 일본의 숨은 유망기술을 탐색하다 이 업체를 찾아내 제휴했다.

김연성 사장은 "기계 설계.금속 가공 쪽에 오랜 노하우를 쌓은 국내 한 벤처기업의 도움으로, 바이오콘 원액을 뿜어내 식품을 항균 처리하는 산업용 식품보관 장치를 개발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생산 원가를 일본 현지보다 절반 이하로 줄여 다음 달부터 4천만~7천만원에 양산, 시판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법인 등기를 마친 걸음마 업체지만 벌써 J.N사 등 대형 식품.유통회사들의 주문을 받을 정도로 호응이 크다.

우수한 해외 기술을 찾아내 재빨리 상용화, 세계 일류상품을 만들려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어차피 수십년 축적된 선진국의 원천기술을 금세 따라잡기 어렵다면 이들 들여다 동원 가능한 생산기반 기술을 접목하는 국제 분업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정상봉 전문위원은 "정부.업계 할 것 없이 '첨단' 만 부르짖을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중급 생산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면 '빨리 빨리' 근성과 맞물려 경쟁력 있는 상품을 신속히 만들어 낼 수 있다" 고 말했다.

다이아몬드를 얇게 코팅한 공구를 생산하는 우송테크는 원천기술을 재미교포에게 전수받았다.

이재우 사장은 공구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동남정밀을 운영해 오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최원호 교수로부터 기술을 배워 올초 아예 별도 법인을 만든 것.

李사장은 "공구 수명을 3~5배 늘릴 수 있어 시장성이 있다" 고 말했다.

세제가 필요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한 리닉스는 프랑스의 증기흡입 기술을 모태로 지난해 설립된 벤처기업. 이승주(32.여) 사장은 프랑스 유학 시절 이 기술을 지닌 현지 석.박사 엔지니어들을 모아 1994년부터 남부 바르주(州)에서 알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원천기술을 키운 독특한 경우다.

프랑스에서 이미 2백억원 상당의 청소기 수입 주문을 땄고 다음달 경기도 일산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해 양산에 나선다.

광케이블 사업을 하던 화이버텍은 1996년 러시아 항공대학이 급속냉각 응고기술을 이용한 섬유 제조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대학과 국제 산학협동을 해 오다 최근 극세(極細)금속섬유를 개발했다.

석창환 사장은 "실험 단계였던 원천기술을 재빨리 제품화로 연결, 특허 등록까지 함으로써 러시아엔 로열티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고 말했다.

생산기술연구원 주조공정개발팀장인 최정길 박사는 "생산 기반기술 역시 미국.일본.독일 등과 적잖은 격차가 있지만 주물.금형.단조압출.판재성형 등 상당수 분야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고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 기술전문가 1백11명을 대상으로 국내 중소업계의 기술수준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엔지니어들의 능력과 제조기술 면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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