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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때려요’ 문자 받으면 선생님 해결사 바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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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학교폭력을 휴대전화 문자로 신고해 학교폭력을 없애는 데 성공한 경남 통영시 충무중학교 박정환 교사(가운데)와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웃고 있다. [통영=송봉근 기자]

“○○○가 괴롭히고 때리고 시비 걸고 담배 피워요. 1004.” 6일 오후 이 같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경남 통영시 충무중학교 박정환(47) 교사는 즉시 이 사실을 가해 학생의 담임교사와 전 교직원(46명)에게 알렸다. 이후 담임은 가해 학생을 만나 주의를 주고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라고 지도했다. 제보자는 비밀에 부쳤다. 학교 인성부장인 박 교사는 이런 문자를 하루에 여러 통 받는다. 발신번호는 모두 ‘1004(천사)’다. 지난해부터 전교생(86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1004 지킴이’ 제도다. 박 교사는 충북 충주시 대원고교가 이 제도로 학교폭력·흡연 등의 문제를 해결한 사실을 알고 2010년 3월 부임하면서 2학년(350명)부터 시범 실시했다.

 그는 “학교폭력은 학생들이 그 문화를 바꾸는 주체가 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보복’을 걱정한 탓에 제보 전화가 많지 않았다. 박 교사는 조회·수업시간마다 1004 지킴이 활동의 장점을 강조했다. 전교생에게 확대하기로 한 지난해 3월 입학식 때는 학부모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수개월 만에 충무중학교에는 변화가 일어났다. 1004 문자가 쇄도하면서 가해 학생의 행동이 달라지고 학교폭력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박 교사 개인 소유와 학교 명의로 된 두 대의 천사지킴이 휴대전화에는 총 1500여 건이 접수됐다. 급식소에서 새치기하거나 반찬을 빼앗아 먹는 행위, 문방구에서 학용품을 훔친 행위 등 하루 평균 5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학생들이 보낸 학교폭력신고 문자(위)와 문자 접수를 기록한 생활기록부(아래). [통영=송봉근 기자]

 학교 측은 문자를 토대로 가해·피해 학생을 함께 불러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도록 했다. 경우에 따라선 가해 학생만 불러 주의를 주는 등 지도는 상황에 따라 달리했다.

 도입 1년여 만에 충무중학교는 학교폭력을 거의 몰아냈다. 지난해 5월 설문 결과 2010년과 2011년을 비교했을 때 폭행·협박을 당한 경우는 4.4%에서 1.2%로, 돈·물건을 빼앗긴 경우는 5.2%에서 0.5%로 줄었다. 또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경우는 0.7%에서 0.3%로, 폭행·협박·금품갈취 조직 존재 여부에 대한 응답은 0.9%에서 0%로 낮아졌다.

 지난해 12월 전교생 대상 설문에서는 학생 55%가 천사지킴이가 학교 폭력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백도승(60) 교장은 “‘고자질·배신자’란 걱정에서 벗어나 ‘정의감을 실천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는 등 학생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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