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지금은, 아직은 … 조건부로 바뀐 안철수 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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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화법이 ‘조건부’로 바뀌고 있다. ‘일단은, 지금은, 아직은’ 같은 단서가 늘어났다. 8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만나러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얘기들이 다 그렇다. 그는 정치 참여 시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고민의 단계’를 공개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양자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에서 이기는 걸로 나온다.

 “제가 ‘아직’ 정치에 발을 담근 게 아니라 여론조사에 ‘그렇게’ 관심은 없는 편이다.”

 -그래도 국민의 관심이 크다.

 “우선 미국 출장길에 학교 일, 기부재단 설립을 위해 생각 좀 정리하고자 한다. 그 일부터 마무리 짓는 게 최우선이다. 그러고 나서 생각을 정리해봐야 할 것 같다.”

 -정치를 할지 안 할지가 여전히 관심인데.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어떤 선택이 의미가 있는지,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인지, 균형을 잡고 할 수 있는 일인지를 생각한다. 의사를 그만뒀을 땐 바이러스를 이미 오래 연구해 열정을 갖고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해 쉽게 결정을 내렸지만 이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정치는 이미 많은 분이 하고 있는 데다 이전에 내가 하던 거랑 다른 것 같다. ‘게스 워크’(guess work·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다. 상상밖에는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국민의 기대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의 기대 사항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인 것 같다.”

 -한나라당에서 쇄신작업이 한창이다.

 "뉴스를 집중해 안 봐서 잘 모른다. 그래도 국민 의사를 반영한다는 건 굉장히 바람직하다. 선거 때만이 아니고 상시적으로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진정성이 없다는 얘긴가.

 “선거가 없을 때 (쇄신)해야 진정성이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이번엔 강도가 훨씬 세더라. 정치권이 전체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올 한 해 총선, 대선이 있다.

 “올해 거대한 어려움이 밀어닥칠 거다. 내부에서 싸울 게 아니라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굉장히 많은 것이 바뀌고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각계각층 인사들과 정치 할 생각이 없느냐.

 “우선 제가 결정이 돼야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결정을 안 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

 -강남 출마설은 부인했는데 총선에 안 나오겠다는 얘기인가.

 “….”

인천=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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