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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뒤바뀐 하루 … 선수는 호통치고 감독은 몸 날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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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올스타전에서 V스타팀 리베로 전유리가 수퍼걸 복장으로 출전해 공을 받기 위해 몸을 날렸다. 이날 양팀 리베로들은 스파이더맨·원더우먼 등 만화 캐릭터 의상을 입고 나와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수원= 김민규 기자]

“좀 뛰세요. 뛰시라니까요. 얼굴 좀 밝게 하고요.”

 고희진(32·삼성화재)이 양복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외쳤다. 신치용(57) 삼성화재 감독도, 임도헌(40) 코치도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질책’을 받아들였다. 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에서다. 올스타전에 앞서 열린 이벤트 경기에서 선수들의 목소리는 높았고, 감독과 코치는 아무 말 못했다. 감독과 코치가 선수로, 선수가 감독과 심판으로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희진과 최태웅(36·현대캐피탈)이 K스타팀과 V스타팀 감독으로, 황연주(26·현대건설)와 김사니(31·흥국생명)가 코치로 뛰었다. 여오현(34·삼성화재)은 주심, 한유미(30)가 부심이 됐다. 가빈·안젤코·몬타뇨·미아 등 네 명의 외국인 선수가 선심으로 뛰었다.

 모두 낯선 위치.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경기 시작과 함께 V스타팀 권순찬(드림식스 코치)이 블로킹 세 개를 연속 성공했다.

 선수들은 ‘호된(?) 질책’에도 몸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현역 시절 ‘월드 리베로’로 불리던 이호 현대건설 코치는 공이 떨어진 뒤에야 몸을 던졌다. 세터 신영철·이경석의 토스도, 공격수의 발과 점프도 느리고 낮았다. 그래도 올드 팬들은 과거 스타들이 뛰는 모습만 봐도 즐거웠다.

 올스타전에 나선 선수들은 승패보다 웃음을 주는 팬 서비스에 치중했다. 4세트 12-7로 K스타팀이 앞서자 모든 선수가 코트로 나와 단체로 춤을 추는 깜짝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리베로들은 유니폼 대신 수퍼맨·배트맨·원더우먼 등의 복장을 하고 나왔다. 1, 3세트에 여자부 경기, 2, 4세트에 남자부 경기를 치렀지만 무승부로 끝났다. 승부는 동전 던지기로 K스타팀이 승리했다.

 김요한(LIG손해보험)과 알레시아(기업은행)가 각각 남녀부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2세트 후 열린 스파이크 서브 킹·퀸 선발대회에서는 서재덕(KEPCO·113㎞)과 한수지(인삼공사·86㎞)가 각각 우승했다.

한바탕 축제, 프로배구 올스타전
외국인 선수 4명이 선심 맡아
리베로는 수퍼맨·원더우먼 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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