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모바일 투표로 개방된 정당을 만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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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모바일(mobile) 투표가 9~14일 실시된다. 시민·당원 선거인단 77만여 명 중 88.4%가 스마트폰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투표하겠다고 신청했다. 이는 한국은 물론 세계 정당 역사에서 처음이다. 모바일 투표엔 장단점이 있다.

 우선 수십만 유권자가 후보로부터 떨어져 있어 후진적 방식의 동원이나 금품선거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모바일 특성상 20~40대가 다수여서 매수 같은 구태(舊態)와 거리가 멀다. 선거권자가 트위터에 돈봉투 사건을 올리면 해당 후보는 정치 생명이 끝난다. 모바일 투표는 미국 오픈 프라이머리(당원·비당원 참여 경선)처럼 당원이 아닌 국민이 자유롭게 참여한다. 정당이 국민 쪽으로 더 개방되고 정당정치가 관심을 끌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는 편향성과 선동성이 매우 우려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이념적으로는 진보 유권자의 참여가 크다. 세대차이는 기술적인 보정(補正)이 가능하지만 지역이나 이념의 편향은 균형적으로 만들기가 상당히 어렵다. 모바일 영역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동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특정인이나 단체가 선거인단 참여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도 BBK 관련 허위 사실 유포로 감옥에 간 정봉주 전 의원과 그가 관여했던 인터넷 라디오 프로 ‘나꼼수’는 지지자들에게 선거인단 참여를 독려했다. 그리고 모바일 투표에서는 트위터 같은 SNS가 주요 무대여서 후보들은 신중한 토론보다는 짧고 선동적인 주장에 많이 쏠리게 된다. 민주당 경선에선 ‘정봉주 석방’이나 대통령을 조롱하는 ‘쥐잡기’ 같은 구호가 마구 등장했다.

 모바일 선거에서는 투표자 다수가 전당대회에 가지 않아 후보 연설을 들을 기회가 적다. 그렇다면 사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후보의 경력이나 정책을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전 준비 없이 손가락으로만 투표하면 이미지·스타일 투표로 흐르기 쉽다. 모바일 투표가 기형(畸形)이 되지 않으려면 진지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