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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아내는 ‘반품의 여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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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김정응
HS애드 상무

아내와의 동행이 망설여질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옷을 사러 가는 경우가 가장 고민스럽다. 두 가지 때문이다. 우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서울 외곽의 아웃렛 매장부터 동대문은 물론 백화점까지를 샅샅이 훑고 다닌다. 물론 한 번에 사지 않는다. 다음에 다시 가자고 한다. 둘째는 그렇게 해서 구입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입어보고 또 입어보고를 반복한 끝에 구입해 놓고도 자주 반품을 한다. 아무리 고객은 왕이라고 해도 이런 고객 앞에서 마냥 상냥한 미소를 짓기에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할 듯하다. 그래서 필자는 그녀를 반품의 여왕이라 칭한다. 그녀의 구매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

 불편한 진실이 있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이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건 기억하기 싫은 과거가 됐다. 이과에 재주가 없었던 것이다. 문과로의 전과를 요청해 보기도 했지만 1970년대 학사운영이 그리 탄력적일 수는 없었다. 그때 수업시간의 괴로움이 지금까지도 간혹 군대 시절과 함께 꿈속에 등장하곤 한다. 결국 대학입시에 재수를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문과로 전향했다. 뒤늦게나마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돌이켜 보면 명확한 선택 기준이 없음에 대한 호된 인생 수업이었던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 즉 우리의 삶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선택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멋진 정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선택을 하게 된다.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보람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후회스러운 결과가 닥칠 수도 있다. 이러한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올바른 선택 기준을 갖는 것이다. 감각과 감정에 치우친 선택은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일쑤다.

 마케팅도 선택이다. 남과 구분되는 차별화된 선택 기준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다른 제품과 구분되는 컨셉트, 즉 우리 제품만이 가질 수 있는 중심 개념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그 사람의 특징이나 강점을 포착해 매력적인 별명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유될 듯싶다. ‘산소탱크’ ‘국민요정’ ‘발라드 황제’ 같은 표현들처럼 말이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소비자의 기억 속에 하나의 단어를 심어야 성공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특징 중 과연 무엇에 집중할지, 우선순위를 따지는 것은 브랜드가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시장 환경과 제품 자체,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치열한 공부를 통해서만 해당 브랜드의 고유한 선택 기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한 해의 마케팅 화두이면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3D TV’나 ‘스마트 TV’ ‘True HD’ ‘LTE’ 등 모든 것이 인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에게 다가온 것이다.

 2012년에도 우리에게는 많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거창하게는 총선·대선에서부터 금연·결혼·다이어트·어학 공부 등 요모조모 생활 속의 선택까지. 한 해를 시작하는 요즘 우리 삶을 디자인하는 나만의 차별화된 선택 기준을 만들어 보자. 최선의 선택이 최선의 인생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김정응 HS애드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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