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분양 기대감 커진 리모델링 공사비 오른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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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최근 현대산업개발에 공문을 보냈다. 일반분양이 10% 허용되고 전용면적이 가구당 최대 40%까지 확대된 데 따른 건설사의 사업추진 일정을 오는 10일까지 제출해 달라는 내용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대치2단지 리모델링 시공사로 선정된 업체다.

대치2단지아파트 리모델링 주택조합 전학수 조합장은 “지난 2년간 관련법 개정 지연을 이유로 건서사가 건축심의 진행 및 사업추진을 중단해 왔다”며 “법이 개정됐으니 사업추진을 서두를 수 있도록 향후 일정을 서둘러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촌신도시 목련2단지 리모델링조합도 시공사인 쌍용건설에 기획설계를 새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아파트 이형욱 조합장은 “일반분양이 얼마나 나올지, 공사비는 어느 정도나 줄어들지 확인을 해야 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다”며 “시공사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일반분양을 할지 증축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주택법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에 시공사를 보채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은 어떤 공간을 활용해 어떻게 만들지, 공사비는 얼마나 줄어들지 등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다. 어떤 리모델링조합 사무실엔 벌써 착공일정을 묻는 전화가 올 정도로 기대감에 들떠 있다.

섣불리 공사비 책정 못하는 건설사

이런 분위기에 건설사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관련법을 토대로 세부 사항이 담긴 시행령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공사비를 뽑기 아직 어렵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 양영규 부장은 “아직 정부가 필로티에 일반분양을 허용해 줄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고, 리모델링 절차도 세부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등도 확정된 게 없다”며 “지금 어림잡아 공사비를 책정했다가 나중에 더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는 3월부터 리모델링도 시공사 선정 시기가 조합설립 이후로 바뀐다. 추진위단계에서 선정한 시공사는 무효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공사비와 사업 일정을 제시했다가 나중에 정착 시공사 선정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다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대부분 리모델링 추진 단지 조합원들이 알고 있는 공사비는 사업 추진 초기인 4~5년에 책정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 공사비를 다시 뽑을 경우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20% 정도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사의 생각이다.

하지만 일반분양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기존 공사비 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예컨대 분당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 공사비는 기존에 3.3㎡당 315만원인데 이보다 더 떨어지길 기대하는 주민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대부분 3.3㎡당 300만원대 초반으로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서울 광진구 광정동 일신아파트나 곧 착공할 예정인 강남 청담동 청구아파트의 경우 3.3㎡당 400만원 수준에 육박한다.

주택업계 “물가상승률 반영하면 공사비 올려야 할 판”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반분양이 어느 정도나 나와 수익이 나올지 안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주민들이 무작정 공사비가 싸질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어 난감하다”며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오히려 기존보다 오를 가능성이 더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우리가 시공사로 선정된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단지 4곳을 대상으로 일반분양 가능성과 사업성을 대략 따져보니 단 1곳만 공사비 절감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왔다”며 “다른 단지 조합원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이런 사정과 달리 건설사를 불신하는 조합도 있다.

분당의 한 리모델링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 물량이 생기면 집주인의 분담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들떠 있지만 사실 시공사가 3.3㎡당 공사비를 몇십만원 올리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공사비 산정 때문에 리모델링 추진 단지와 건설사간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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