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트로트 사이, 우리 노래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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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했던 말 또 하고’를 내놓은 혼성그룹 코요태. “멤버들과 함께 활동하는 요즘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종민, 신지, 빽가.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냥 반가웠다. 1998년 데뷔했으니 올해로 가수15년차가 된 국내 최장수 혼성그룹 코요태의 신보 발매 소식을 듣고 말이다. 지난해 8월 ‘굿굿타임(Good Good Time)’을 내놓은 뒤 정확히 5개월 만이다. 웬만한 아이돌에 버금가는 활발한 움직임이다. 그들의 히트곡 ‘순정’ ‘만남’ ‘불꽃’ ‘디스코왕’ 등과 함께 한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대개 비슷한 감정 아닐까.

 새 싱글 앨범 ‘했던 말 또 하고’로 돌아온 코요태의 세 멤버 김종민(33), 신지(본명 이지선·31), 빽가(본명 백성현·31)를 3일 오후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팀을 지키고 있는 원년 멤버는 신지가 유일하다. 김종민은 2000년, 빽가는 2004년 각각 팀에 합류했다. 곡에 따른 부침도 있었고, 빽가의 뇌종양 투병과 김종민의 대체복무 등 팀의 위기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9년째 돈독히 활동을 이어가는 비결이 궁금했다.

 “리더인 종민 오빠가 워낙 잘 이끌어줘요. 나름 여성 멤버라고 두 사람이 저를 많이 배려해주는 것도 있고요. 참 그리고 셋 다 서운한 게 있으면 바로 얘기하고, 뒤끝이 없는 스타일이라 잘 맞는 것 같아요.”(신지)

 “가족이 되다 보니 식성도 비슷해졌어요. 셋 다 라면과 고기 등 기름진 음식을 좋아해요.”(빽가)

 아이돌 그룹이 점령하다시피 한 가요계, 코요태의 굳건한 활동이 눈에 띈다.

 신지가 “지난해 ‘굿굿타임’을 발표했을 때 한 음악방송에서 우리와 (구)준엽이 오빠, 그리고 환희씨를 한 대기실에 머물게 해 제가 문 앞에 장난으로 ‘노인정’이라고 써 붙인 적도 있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물론 우리가 아이돌인 척 할 수는 없죠. 트로트 선배님과 아이돌 틈바구니, 혹은 경계선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우리만의 색깔, 우리만의 음악을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봐요”라고 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했던 말 또 하고’는 술에 취한 남자가 밤 늦게 연인에 전화해 했던 말을 반복하는 상황을 담은 노래. 히트곡 제조기인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와 ‘코끼리왕국’의 공동작품이다. 트렌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코요태) 특유의 ‘뽕끼’가 없어져 담백해지고 어려졌다”고 했다. 신지는 “언제나 그렇듯 ‘어렵지 않은 노래’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음악을 시도할 계획이에요. 적자를 보지 않는 선에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다 해보고 싶어요. 하하.”(김종민)

 이들은 올 상반기 중국과 일본 공연도 계획 중이다.

 “새해에도 많은 사람들이 코요태를 보고 희망을 얻으셨음 좋겠어요. (저희가) 별로 잘난 것도 없고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계속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저희를 보면서 ‘코요태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라고 희망을 가지셨음 해요.”(김종민)

송지혜·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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