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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약 네거티브 3중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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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동호
내셔널팀장

새해를 맞아 우리는 새로운 다짐을 한다. 금연과 절주 같은 작은 일부터 건강과 재테크, 진학과 진로에 이르기까지 꿈과 희망으로 설렌다. 그러다 관심을 넓혀 우리 사회를 내다보면 기분이 싹 달라진다. 4·11 총선이 코앞이고, 12·19 대선도 그리 멀지 않다. 새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걱정거리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부정적 기억의 학습효과 탓일 거다. 선거를 치를수록 그 기억은 강해지고 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국민이 가렵고 아픈 곳을 살피는 중책인데 올해도 혹시나 해서 찍었다가 ‘역시나’ 하게 될까 봐 걱정이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저마다 적임자라면서 5명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누구도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지 못했다.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소하려면 이제는 정치인들이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과도한 공약을 자제하겠다는 새해 각오가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을 예로 보자. 먼저 성장률 7%인데 아직 올 한 해가 남았지만 이번 정부의 평균 성장률은 전임 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 4.3%에도 도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는 이제 그 절반을 간신히 넘었다. 지난해 1조 달러 달성으로 수출은 세계 7대 강국이 됐지만 경제 규모(GDP) 기준으로는 아직 역부족이다. 747의 불발은 야당에는 책잡히는 빌미가 됐고 국민에겐 실망을 안겼다. 갓 30%대에 머무르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이를 말해준다.

 야당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747 실현이 어려우면 복지 확대도 어렵다. 그런데 야당은 우리 체력에서 벗어난 복지 확대를 외치고 있다. 올해 복지예산 92조6000억원은 정부 지출의 28.5%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복지 지출은 경직성 때문에 한번 시작되면 계속 커진다. 무상복지는 이미 물꼬가 터졌다. 올해부터 취업수당이 신설됐고, 3월부터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0~2세 아동 70만 명 전원에 대한 무상보육이 제공된다. 그러자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또래 63만 명의 부모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에게도 뭔가를 먹여야 할 것이다. 매달 9만4000원으로 인상된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는 올해 400만 명에 육박한다.

 수혜자가 많아질수록 무상복지의 유혹은 커진다. 그리스처럼 재정 파탄이 난다고 설득해도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스웨덴 복지의 원동력이 꾸준한 경제 성장에 넓은 세원과 높은 세율이라는 진실은 외면한다. 후세의 부담이 어찌됐건 내가 잘살고 보자는 이기심과 이들을 부추기는 정치 포퓰리즘과 당선되고 보자는 마음에서 나온 선거공약이 3중주를 이룬 결과다.

 그동안 많은 이가 이런 3중주에 춤을 췄다. 올해는 달라져야 한다. 국민도 감언이설에 속지 말고, 괴담에 휘둘리지 말고, 감정적인 선동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허황된 공약을 내놓지 않게 된다. 올 12월 누가 국민의 선택을 받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소리를 듣지 않는 대통령 당선자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