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꺾일줄 모르는 '상승 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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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발표에 따라 유가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한때 33달러선에 접근하는등 고공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23일(현지시간)한때 전날보다 배럴당 1.58달러 오른 32.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2.02달러로 장을 마쳤다.

런던석유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31.18달러까지 뛰었다가 전날보다 70센트 오른 30.63달러로 마감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전망이 불투명함에 따라 이달 들어서만 14% 상승한 국제유가는 이날 미국석유연구소(API)의 재고량 감소 발표에 영향을 받아 크게 오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API는 8월 셋째주 원유 재고량이 전주보다 7백78만배럴 감소한 2억7백90만 배럴로 1976년의 최저기록(2억6천5백만 배럴)을 경신했다고 22일 밝혔다.

특히 난방유 재고량이 전주 대비 2백90만 배럴, 전년 대비 3천만배럴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동절기 난방유 공급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NYMEX의 난방유 가격은 23일 갤런당 5.26센트 상승, 10년 만의 최고치인 0.95달러를 기록했다.

GSC에너지 코퍼레이션의 애널리스트 크리스 샤크테는 "OPEC이 정기 총회에서 증산에 합의한다해도 동절기까지 충분한 난방유를 비축할 수 있을 지는 의문" 이라고 말했다.

스타서플라이 페트롤리엄의 애널리스트 톰 페너는 "공급 사이드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유가가 당분간 계속 30달러선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는 각국의 경제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내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최근 경고한 바 있다.

계속되는 고유가로 경제 운용에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은 OPEC과 11개 회원국을 상대로 계속 증산 압력을 넣고 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23일 "유가를 배럴당 20달러 중반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 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주말 OPEC 회원국인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를 방문, 증산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EU집행위도 최근 알리 로드리게스 OPEC 의장에게 유가 인하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OPEC은 다음달 10일 총회 전까지는 추가 증산이 곤란하다는 입장이어서 유가 불안은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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