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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지나쳐 거꾸로 10분 달린 KTX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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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KTX 열차가 정차역을 지나쳤다 뒤늦게 역주행해 되돌아간 황당한 일이 2일 발생했다. 해당 열차는 승객 102명을 태우고 약 10분간 선로를 후진했다. KTX의 이 같은 ‘역주행’은 2004년 개통 이래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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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코레일에 따르면 서울발 부산행 KTX 357호 열차가 전날 오후 7시11분쯤 정차역인 영등포역을 그대로 통과했다. 기장 이모(52)씨는 객실에 있던 열차팀장으로부터 “정차역을 지나쳤다”는 비상 연락을 받은 뒤에야 급히 열차를 세웠다. 약 2.6㎞ 지나친 뒤였다. 기장 이씨는 관제실과 급히 연락을 취한 뒤 후진해 오후 7시22분쯤 영등포역으로 되돌아 왔다. 이어 역에서 기다리던 승객 108명을 태우고는 4분 뒤 부산으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은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팽정광 코레일 사장직무대행은 3일 “안내 방송을 했더라도 후진하는 과정에서 승객을 불안하게 했다면 전적으로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그는 사고 원인에 대해선 “기장이 순간적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밝혔다. 평일 168회 운행하는 KTX 중 영등포역 정차는 상·하행 왕복 4회밖에 안 돼 기장이 ‘깜빡’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해당 기장이 KTX 개통 때부터 일한 베테랑인 데다 KTX 운전실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기장에게 미리 정차역을 알려 주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 때문에 코레일 내부에서조차 “이해하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는 반응이다. 기장은 사고조사 과정에서 “GPS 안내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꼭 역주행을 했어야만 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코레일은 “관제센터에서 후속 열차 운행을 조정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한 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동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의 ‘운행취급규정’엔 ‘전도운전(진행 방향으로 운전)을 할 수 없는 등 운전상 부득이한 경우’ 퇴행운전(후진)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번 일이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되느냐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차라리 계속 열차를 진행시킨 뒤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놓친 승객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게 옳았다”고 지적했다.

 구본환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이번 일은 코레일이 운송과 관제를 모두 맡고 있어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라며 “올해 안에 코레일에서 관제권을 분리·독립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사 결과 기장과 관제사 과실이 드러나면 모두 징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화 기자

“안내방송 못 들어” 승객들 항의
코레일 “기장 순간적으로 착각”
관제소 통제로 사고는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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