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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생활공감주부모니터단이 말하는 2011·2012년

중앙일보

입력

“2012년도 주부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용산구 생활공감주부모니터단들. 왼쪽부터 권윤복(용산구 대표)?배동기?남복희(서울시 대표)·전현주씨 .

세상은 주부의 힘으로 조금씩 달라진다. 너무 낡아 글씨를 알아볼 수 없는 버스정류장의 표지판과 인도를 점령하는 불법주차 자동차, 미처 철거되지 못한 탓에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어 에너지를 낭비하는 가로등은 모두 주부의 눈에 의해 적발됐다. 용산구 생활공감주부모니터단에 속한 주부들이다.

생활공감주부모니터단은 일상생활에서 느낀 불편과 개선안을 주부의 눈높이에서 제안한다. 행정안전부가 2009년부터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 250개, 서울 25개 구의 주부모니터단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민원과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그 중 용산구 주부모니터단의 총 인원은 50명, 주요 활동 인원은 25명이다. 생활공감주부 모니터단의 서울시 대표를 맡고 있는 남복희(44·노원구 상계동)씨는 “원래 온라인 모니터링이 기본이지만 3기(2011년 3월~2013년 2월)까지 오면서 활동이 왕성해져 현재는 오프라인 모임과 봉사활동도 못지않게 활발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부모니터들의 제안은 작지만 세심하고 생활에 유용한 것들이다. 용산구 생활공감주부모니터단의 대표를 맡은 권윤복(61·용산구 효창동)씨는 “주부이기 때문에 눈치 챌 수 있는 생활 속의 문제들을 건의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을 꺼냈다.

“예를 들어 시립유아원은 자리가 쉽게 나지 않기로 유명하죠. 때문에 자리가 날 때 곧바로 신청해야 하는데 전업주부는 물론이고 워킹맘 역시 이런 정보를 구하기 어려워요. 시립유아원의 모집날짜를 한번에 알 수 있는 공유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 바로 주부모니터들이에요.”

뿐만 아니다. 버스의 하차 문에 있는 교통카드 단말기를 두 개로 늘린 것, 그리고 세 자녀를 키우는 집은 전기세를 20% 할인해 주는 정책도 주부모니터단의 활약에 의해 성사된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눈, 살림을 하는 주부의 눈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봉사와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던 권씨가 주부모니터단에 들어간 것은 2010년 2기 활동 때다. 35년 넘게 봉사활동을 해온 권씨에게 구청의 자원봉사 담당자가 모니터링을 권유했다. 권씨는 주부모니터단 활동에 대해 “나이와 직업이 다른 여러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라 배우는 게 많다”고 말한다. 또 “젊은 사람들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공부도 열심히 하게 돼 자기 발전도 된다”며 웃었다.

권씨의 기억에 남는 2011년의 활동 중 하나는 8월에 했던 EM발효액 홍보 이벤트다. 플래시몹(불특정 다수의 군중이 온라인을 통해 한 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 동안 주어진 행동을 하고 흩어지는 것)을 모티브로 한 이 행사는, 용산구 주부모니터 25명이 같은 옷을 입고 한강시민공원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1.5L 재활용 페트병에 EM발효액을 담아 폐 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에 넣어 80명의 사람들에게도 나눠줬다.

권씨의 올해 계획은 EM발효액을 활용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는 “용산구는 노인과 아동 복지가 잘 돼 있는 반면 환경에 대한 인식은 조금 부족한 편”이라며 “지난해에 EM발효액 만드는 것을 배우고 보급했다면, 2012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미용비누 같은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같은 단원인 배동기(55·용산구 용산2가동)씨 역시 올해의 과제로 환경문제를 들었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 막힌 하수구 같은 문제들에 관심이 크다. 특히 배씨는 “용산구는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 많아 분리수거가 잘 되지 않고 길거리 쓰레기도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분리수거를 하는 장소도 따로 지정돼 있지 않아 집앞에 내놓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그 옆에 또 쓰레기를 버려 문제가 더 커진다. 또 쓰레기 때문에 이웃간에 싸움이 나기도 한다.

배씨는 “무조건 벌금을 물리는 것이 대책은 아닌 것 같다”며 “올해는 분리수거 장소를 따로 지정하는 일을 추진하고 각 주민자치센터와 부녀회를 활용해 홍보와 교육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불편한 것, 잘못된 것을 그냥 두지 못하는 성격인 전현주(52·용산구 동빙고동)씨는 주부모니터단도 자발적으로 신청한 케이스다. 그는 관심 분야도 다양하다. 국방비 때문에 세금이 많이 나가는 것도 그에게는 고민이다. 국가 문제같지만 결국 시민의 생활 문제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있다 규제가 풀리며 진행되는 재개발에도 관심이 있다.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은 유지하면서, 세계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만한 예술적인 조형미의 건물들이 들어서길 바란다. 한편 전씨에게는 지난해 10월 열린 ‘이태원 지구촌 및 세계문화축제’ 가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매해 10월마다 열리는 이태원축제에는 각 자치단체마다 특색 있는 행사를 선보이는데, 지난해 용산구주부모니터단원들은 폐 현수막으로 만든 피에로 옷을 입고축제 거리를 행진했다. “울긋불긋한 것이 생각보다 예뻐, 외국인이 입고 사진을 찍을 정도”였다는 전씨는 “이태원축제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일에도 적극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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