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교 폭력 근절 해답은 학교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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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어린 학생들의 비극적인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해지고 있다. 이를 접하는 학부모들의 가슴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평소엔 남의 일 대하듯 이 문제를 처리했던 학교는 물론이고, 각종 대책을 쏟아내는 정부가 영 미덥지 못하다. 정부 차원의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은 1995년 서울의 한 고교생 투신 자살 사건 직후 나왔으며, 비슷한 대책이 16년째 되풀이되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국 당하는 학생과 피눈물 쏟는 가족만 서러울 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학교 폭력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우선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엊그제 경찰청이 형사 1만2000명을 동원해 학교와 학원가와 PC방 일대를 순찰하게 하고, 폭력 학생은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괴롭힘 등 폭력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맞춰 문자와 메신저, 웹 등을 통해 학교 안팎에서 지속되고 있는 건 최근 일련의 자살 사건 조사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전국 어느 초·중·고를 가더라도 보통 학생들은 ‘일진’이라는 폭력적인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싸움 잘하는 아이라는 의미였던 일진은 이제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 약한 학생을 지목해 따돌리게 하고, 협박과 폭행을 가하도록 사주하는 학교 폭력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어디선가 날아올지 모를 폭력이 두려워 신고를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교 밖은 형사를, 학교 안은 상담 교사를 배치한다는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건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자명한 일이다.

 현재 중·고교에서 당장 손봐야 할 과제는 일반 학생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없애는 일이다. 두려움의 추방은 아이들 사정을 그나마 상대적으로 더 잘 아는 학교가 이 문제에 강력하게 대처하도록 학교에 권한을 부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학교가 방관자로 남아 있는 한 어떠한 정부 대책도 변죽만 울리고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연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법률에 따라 학교가 폭력 학생에 대해 강제 전학시킬 수 있도록 한 것도 학교가 폭력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라는 취지였다.

 권한을 갖게 된 학교가 필요로 하는 건 규율이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담임 교사가 학부모를 소환하고, 다시 반복하면 경고를 거쳐 학교 밖 대안학교로 넘기거나 강제 전학시키는 절차를 학생·학부모들에게 분명히, 반복적으로 알게 해야 한다. 일반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위해를 가하는 일진 등 가해 학생들은 현재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로 보내져 치료와 교육을 받게 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폭력 구조의 정점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신고를 두려워하는 일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학교 폭력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이 안 될 정도로 뿌리가 깊다. 그만큼 대책도 다각도로 강구돼야 한다. 그 중심은 학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