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 미국행 포기 … 예멘 불안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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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한 남성이 검은 천으로 눈과 입을 가린 채 살레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검은 천은 지난 10개월간 예멘군이 시위대에 휘둘러온 폭력과 고문을 상징한다. [사나 로이터=뉴시스]
살레

알리 압둘라 살레(Ali Abdullah Saleh) 예멘 대통령이 미국행을 포기하고 예멘에 남기로 했다. 1일(현지시간) 아랍권 위성채널 알아라비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회당의 고위 간부인 셰이크 모하메드 알샤예프는 “살레 대통령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예멘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과 군인·경찰의 일부가 시위에 참여하는 등 예멘의 정국이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살레는 지난해 11월 모든 권력을 부통령에게 넘긴 후 미국으로 떠나 잠시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살레는 “국민통합정부 주도로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대선을 차질 없이 실시하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살레의 입국 허용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독재자의 해외도피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한편 전날에도 수도 사나를 비롯한 예멘의 주요 도시에서는 살레의 처벌과 함께 그의 측근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살레는 1978년 쿠데타로 북예멘 정권을 잡았다. 90년 예멘이 통일된 후에도 대통령에 선출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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