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타열전 (29) - 데이빗 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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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너무나 행복하고 영광된 시즌이 끝나고, 뉴욕 양키스는 전격적이자 충격적인 트레이드를 단행하였다.

바로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야구에서의 최고의 기록이라는, 메이저리그 사상 18번째 퍼펙트 게임을 기록하고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를 수상 것을 비롯해 포스트시즌 4승을 기록하며 맹활약한 데이빗 웰스를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트레이드한 것이다.

트레이드 되어 양키스로 온 선수는 80~90년대 통틀어 최고의 투수임에 분명한 로저 클레멘스였고, 그를 받기 위해 양키스는 웰스 뿐만 아니라 유망주 2명을 더 끼워서 토론토에 내주었다.

'내가 바로 양키스의 에이스다'라는 자부심이 강했던 웰스는 큰 충격과 상처를 입었고, 어쨌든 타의에 의해 친정팀에 돌아온 웰스는 나름대로 좋은 내용을 보여줬지만, 아무래도 어딘지 아쉬웠다. 그 해에는 양키스의 클레멘스도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더욱더 팬들을 안타깝게 하였다.

그리고 올시즌에 웰스의 진가는 발휘되어 마침내 메이저리그 최다승 행진을 계속 하고 있다. 그의 나이가 37세라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이다.

100kg이 넘는 거구와 빡빡 밀은 머리, 윗 단추 두 개를 풀어 제친 웰스의 모습은 그의 '전매특허'이다. 여기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타자와 맞서는 그의 자세이다.

웰스의 투구 스타일은 쉽게 말하면 비슷한 구질을 던지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LA 다저스)와 비교하면 좋은 대비가 된다. 위력적인 강속구와 커브, 체인지업을 던지는 박찬호는 그것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이끌다가 볼넷을 많이 허용하는 반면, 안타는 많이 맞지 않는다.

이에 비해 웰스는 직구의 위력은 박찬호보다 뒤지지만, 커브와 체인지업도 아주 적절하게 잘 활용하여 볼카운트는 언제나 유리하게 이끌고, 볼넷은 매우 적게 내준다. 그러나 웰스의 단점은 박찬호와 반대로 많은 안타를 내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올시즌 그가 172이닝을 던지는 동안 겨우 28개의 볼넷을 내주고, 203개의 많은 안타를 내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찬호는 158.2이닝 95볼넷 132피안타)

1963년 캘리포니아주 토렌스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웰스는 82년에 드레프트 2라운드에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지명되었지만, 곧바로 팔꿈치 부상을 당하는 불행을 맞이했다. 4년 만인 86년부터 제대로 뛸 수 있었던 웰스는 그 동안의 설움을 보상받으려는 듯 쾌투를 하며 1년 만인 87년에 AAA를 거쳐 빅리그에 데뷔를 하기에 이르렀다.

두 차례의 선발 등판에 실패한 뒤, 중간계투에서는 성공을 거둔 그는 88, 89년은 불펜투수로 활약을 했고 특히 89년에 7승 4패 2세이브 방어율 2.40을 기록하여 좋은 인상을 남겼다. 90년도 불펜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인정을 받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였고, 11승에 방어율 3.14의 좋은 성적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91년에도 중간계투와 선발을 오가면서도 15승을 거두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런 좋은 활약의 배경은 역시 두 시즌 387이닝 동안 94개의 볼넷만 내주는 '칼같은' 제구력 덕분이었다. 92년에는 7승 9패 방어율 5.40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어 그 해에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한 팀의 버림을 받고 말았다.

결국 자유계약선수(FA)로 93년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간 웰스는 드디어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활약을 하게 되었다. 시즌 초반에는 매우 좋은 투구내용을 보였지만 막판에 부진하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11승 9패 방어율 4.19로 시즌을 마감하였다.

94년에 팔꿈치 부상이 재발되어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한 웰스는 5승에 그쳤다.

95년에는 시즌 중간에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 되기도 했지만, 두 팀을 거치면서 16승 8패 방어율 3.24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시즌이 끝난 뒤 다시 구단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트레이드 되었다. 96년에 볼티모어에서 11승 14패 방어율 5.14의 매우 안 좋은 성적을 기록한 웰스는 거의 헐값으로 뉴욕 양키스와 계약을 하였다.

이 때 뉴욕 양키스가 웰스를 잡은 것은 역시 명문팀다운 예견이 적중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97년에 16승 10패 방어율 4.21로 선발진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그는 결국 98년에 최고의 활약을 펼치기에 이르렀고, 그를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좌완투수라고 자신 있게 소개 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 98년의 맹활약이 있은 이후였다.

퍼펙트게임을 비롯하여 18승 4패 방어율 3.49의 걸출한 성적을 거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팀의 제1선발로 나선 포스트시즌에서 자신을 버렸던 볼티모어를 비롯한 상대팀들을 무참히 짓밟으면서 4승을 고스란히 거두어 '양키스 최고의 해'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전격적인 트레이드로 99년은 친정팀인 토론토에서 17승 10패 방어율 4.82의 조금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었지만, 클레멘스가 그보다 더 부진함으로써 '트레이드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웰스는 올시즌에 다승 1위를(현재 17승) 계속 독주하면서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보스턴 레드삭스)에게 '사이영 도전장'을 내놓은 상태이다. 그리고 올스타전의 아메리칸리그 선발투수로서 내셔널리그의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과 '최고의 좌완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여줘서 방어율이 높아져 웰스의 첫 사이영상 수상은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러한 웰스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볼 때, 랜디 존슨과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에는 어딘지 불안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기량이 만개하는 선수라고 볼 수 있겠다.

웰스의 단점이라면 한번 무너지면 끝없이 무너져 연패를 반복하는 점과, 튀는 외모에서도 풍기 듯이 타협할 줄 모르고 거침없는 그의 성격으로 구단의 고위층의 미움을 받는 점이다. 사실 양키스에서 토론토로 트레이드 된 것도 이러한 그의 성격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닐까 하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높이 사야 할 것은 이러한 여러 가지의 악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35세가 넘어서도 기량이 향상되어 최고의 투수가 되기에 이르렀다는 점일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모든 것에도 당당한 웰스의 자세와 거침없는 투구모습이 어떤 위치까지 그를 올려줄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데이빗 웰스 (David Wells)

- 생년월일 : 1963년 5월 20일
- 신장 : 193cm 체중 : 102kg
- 투타 : 좌투좌타
- 연봉 : 500만 달러
- 소속팀 : 토론토 블루제이스(87) => 디트로이트 타이거스(93) => 신시내티 레즈(95) => 볼티모어 오리올스(96) => 뉴욕 양키스(97) => 토론토 블루제이스(99)
- 통산성적(8월 16일까지) : 158승 104패 방어율 4.07 1,539탈삼진

- 경력

▶98년 퍼펙트게임 기록 (대 미네소타 트윈스전)
▶98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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