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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줄로 목 묶고 … 목검 폭행 54차례, 협박 문자 300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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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 대구 중학생 권모(13)군이 같은 반 학생 두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19일 권군의 아파트에 또 다른 가해 학생 한 명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권군은 이날 오후 라디오 선으로 목을 묶인 채 방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먹고, 엎드린 상태에서 발·주먹·단소 등으로 집단 폭행을 당한 뒤 다음날 오전 9시쯤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권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전날 친구들로부터 당한 집단폭행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덩치 큰 제3의 가해 학생 권군(왼쪽)이 자살하기 하루 전인 19일 오후 4시10분쯤 같은 반 학생 김모(14·오른쪽)군과 함께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가고 있다. 김군은 이날 권군의 집 안에서 권군을 무릎 꿇린 뒤 손을 들게 하고 뺨을 때리는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CCTV 화면 캡처]<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권군 주변 학생을 대상으로 추가 가해자를 조사해 온 경찰은 권군과 같은 반 친구들의 진술과 증언을 토대로 제 3의 가해자인 김모(14·2년)군의 혐의를 알아냈다. 이를 토대로 27일 경찰이 권군 아파트의 현관 입구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한 결과 19일 오후 4시10분쯤 학교에서 돌아온 권군이 같은 반 학생 김모군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어 20분 뒤인 4시30분쯤 가해 학생인 서모(14)·우모(14)군이 함께 아파트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군은 이날 아파트에서 권군의 뺨을 두 차례 때린 뒤 무릎을 꿇리고 손을 들게 하는 벌을 세웠다. 체격에 압도되고 평소 상습 폭행에 길들여진 권군은 김군의 폭행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 권군을 폭행한 김군은 이후 서군과 우군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주방에 있던 라면 두 개를 들고나갔다.

 경찰은 김군이 이날 두 가해 학생의 폭행에 가담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김군은 경찰에서 “둘이 아파트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나갔기 때문에 그들이 때렸는지 전혀 모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군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들 가해자 3명이 함께 때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군에 이어 서군·우군에게 연달아 무참하게 폭행을 당하자 심한 비통함과 좌절감에 빠져 자살을 결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CCTV 분석 등을 통해 김군이 두 가해 학생과 함께 때렸는지 단독으로 때렸는지 가리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군이 11월 초부터 권군을 괴롭혀온 사실을 확인했다. 권군 집과 주변 공원에서 “말투가 기분 나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두 손을 들게 하는 벌을 주고 현금 3000원도 빼앗았다. 또 자신의 숙제를 시키기도 하는 등 4∼5차례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앞서 지난달 17일에도 김군이 권군 집으로 찾아간 사실을 밝혀내고 추가로 괴롭힌 사실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권군은 유서에서 자신을 잘 대해준 학생 명단에 김군을 포함시켰다. 경찰은 김군의 괴롭힘이 다른 두 학생보다는 상대적으로 덜해 이렇게 적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경찰은 서군과 우군이 권군을 각각 39차례와 15차례 폭행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해 이들이 권군 집을 드나든 날짜와 폭행 횟수 등을 확인하기로 했다. 또 서군의 온라인게임 아이템 구매 내용 등도 파악할 방침이다. 물고문 여부와 권군의 목을 묶어 끌고 다닌 학생이 누구인지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가해자들의 심리상태가 불안정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상담과 조사를 병행해 사실 관계를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대구 중학생 자살 수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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