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탄자니아 학생이 제천에 온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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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세명대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장학생들이 전공서적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들은 세명대가 등록금 등을 전액 지원하는 ‘ACE글로벌 장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됐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심유진 세명대 대외협력담당, 니키타(가나), 수뱃(몽골), 시자(탄자니아), 미카일(키르키즈스탄), 뭉흐(몽골).

23일 오전 충북 제천시 세명대학교 도서관. 외국인 학생들이 컴퓨터 관련 책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 졸업 후에 뭐 할거야?”(니키타) “고국에 돌아가서 학생들을 가르칠 거야.”(시자) “자동차 디자인에도 컴퓨터가 필요해, 같이 공부하자.”(미카일) 세 사람은 서툴지만 한국말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을 지켜보던 세명대 심유진 대외협력담당은 “1년간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 이제 강의를 들어도 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세명대가 올 초 ‘ACE( Advancement of College Edu cation) 글로벌 장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한 학생들이다. 이들은 가나와 몽골·탄자니아·베트남·키르키즈스탄 등 5개국에서 왔다. 이들 가운데 2명은 학부에 재학 중이고 4명은 1년 과정의 어학연수 과정을 마쳤다.

 ACE는 국내에서 흔치 않은 파격적인 혜택의 장학프로그램으로 대학의 사회환원과 교육기부로 평가 받는다. 선발 대상은 세계 각국의 고교 졸업자로 재능과 열정, 꿈이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 진학이나 유학을 엄두내지 못하는 학생이다. 세명대는 이들에게 한국어 어학연수과정 1년과 학사과정 4년간 등록금을 지원한다. 재학 중 기숙사 비용과 식비도 전액 제공한다. 1인당 지원금액이 연간 1000만원을 넘는다.

 올해 처음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유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친한파(親韓派)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다. 국제사회에 대학 인지도를 높이고 국제교류를 통한 위상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세명대는 내년 ACE 장학프로그램 입학생 10명을 선발했다. 선발 지역은 아프리카·동남아·중앙아시아에서 중남미와 동아시아 등으로 확대했다. 선발과정은 국내 학생 선발만큼 까다롭다. 입학사정관제 형식의 1차 관문과 영어(전화) 인터뷰인 2차 검증과정을 거친다. 선발이 되더라도 한국어능력시험 4급에 합격해야 학부과정에 들어간다. 실력이 안 되면 1년간 어학연수를 거치게 된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니키타 리(22·여)는 한국대사관에서 일하다 ACE 장학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었다. 모델로도 활동했던 그는 간호사가 꿈이다. 몽골 출신의 마날자브 뭉흐(26)와 나랄툰 갈락 수뱃(여·18)은 행정학, 패션을 공부하고 있다. 몽고에서 대학을 졸업한 뭉흐는 학생들 사이에서 애국자로 통한다. 한국의 선진 행정시스템을 배워 몽골에 접목시키겠다는 게 뭉흐의 당찬 목표다.

 한국 드라마 열혈 팬인 탄자니아 출신 바라카 다우디 시자(23)는 “열심히 공부해서 ‘제2의 시자’가 세명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키르키즈스탄에서 온 미카일 레지압킨(22)은 “화려하고 빼어난 선으로 키르키즈스탄에서도 인기인 한국 자동차를 디자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세명대 이문혁 대외협력처장은 “유학생에게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친한파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세명대가 세계 속의 명문대로 발전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여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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