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상봉현장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반세기만에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을 맞은 평양도 눈물바다를 이뤘다.

방북단 1백51명이 고려항공 IL-62 특별기 편으로 15일 오후 2시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영접나온 장재언 (張在彦)
북한적십자회 위원장 등이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남측 방문단은 평양공항 도착에 앞서 "곧 평양에 도착한다" 는 기내방송이 나오자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북측 관계자들은 이날 고려항공 기내에까지 들어와 거동이 불편한 김금자 (69.여)
씨를 부축, 트랩을 내려 와 준비한 휠체어에 태운 뒤 차량에 탑승시키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순안공항과 지척에 있는 마을에서 태어났다는 한재일 (82)
씨는 '마침내 고향을 찾아왔다' 는 감격에 트랙을 내려다 눈물을 흘리기도.

숙소인 고려호텔로 향하는 연도변에는 남북 정상회담 때와 달리 환영인파가 동원되지는 않았으나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호텔 종업원들이 호텔 입구부터 박수를 치며 남측 방문단을 열렬히 환영.

남측 방문단은 이날 오후 3시5분 고려호텔에 도착, 여장을 풀고 오후 5시쯤부터 고려호텔에서 헤어졌던 혈육들과 '집체 (단체)
상봉' 을 했다.

고려호텔 2층과 3층에서 나뉘어 진행된 상봉에서 남측의 형제와 북측의 가족들은 순간적으로 말을 잊은채 눈물만을 흘렸다.

지난 50여년간 헤어짐의 아픔이 "반갑다" 는 말 대신 눈물을 뿌리게 한 것이다.

전쟁통에 북의 가족들과 헤어졌던 염대성 (79)
씨는 50년만에 만난 부인과 딸을 끌어 안고 "난리 통에 애들 데리고 고생 많았다" 고 말을 꺼낸 뒤 오열.

반세기 생이별의 고통을 서로 부둥켜 앉으채 달랜 뒤 '남 (南)
의 아들과 북 (北)
의 오마니' 는 50여년 전의 세월로 되돌아 가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나 운명을 달리한 가족들의 얘기가 나오자 상봉장은 또다시 눈물바다를 이루기도.

집단상봉을 끝낸 뒤 오후 7시쯤 인민문화궁전에서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위원장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은 낮에 있었던 혈육들과 상봉의 감격 때문에 첫날 평양에서의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평양 =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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