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단 입국 다음날 다마스쿠스서 폭탄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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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인들이 23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 정부 보안 건물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해 옮기고 있다. [다마스쿠스 시리아국영TV·AFP=연합뉴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정부 보안 건물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수십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정부 건물에 이런 대대적인 공격이 이뤄진 것은 지난 3월 반정부시위가 발생한 지 9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시리아 정부는 “알카에다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시리아 국영TV는 23일(현지시간) “폭발물을 실은 차량 두 대가 각각 국가보안부 건물과 보안부 지사 건물로 돌진해 몇몇 군인과 많은 민간인이 사망했다”며 “초기 조사 결과 알카에다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dpa통신은 현지 의료진을 인용해 최소 5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100여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AFP통신에 차량 한 대가 보안부 건물을 들이받았고, 동시에 다른 차량 한 대가 근처에 있는 보안부 지사 건물 바로 앞에서 폭발했다고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시리아 인권 감시단’의 현지 활동가는 로이터통신에 “큰 폭발음이 두 번 들리면서 도시 전체가 흔들렸고, 뒤이어 엄청난 총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지난 3월 반정부시위가 발생한 이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이런 식의 공격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난달 무장한 탈영병들이 정부 건물을 공격하기는 했지만 상징적인 의미만 있었을 뿐 큰 피해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1980년대 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와 반정부시위를 벌였던 무장 이슬람 원리주의자 단체 ‘무슬림형제단’ 사이의 충돌 이후 이런 식의 폭탄테러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테러가 아랍연맹(AL)이 인권 감시단 선발대를 파견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데다 시리아 정부가 이번 폭탄테러의 주범으로 알카에다를 지목한 점이 주목된다. 시리아 정부는 평화 시위대가 반정부시위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무장한 테러단체와 외세가 혼란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시리아 외교부 장관 왈리드 무알렘도 “AL의 감시단원들이 이런 우리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그 때문에 야당 인사들은 "공격받은 지역은 경계가 매우 삼엄해 차량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라며 " 정부가 AL감시단에 현 정권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일 수도 있다”고 정부의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

 하지만 이번 테러가 실제로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면 시리아 사태의 구도는 한층 복잡해진다. 시리아와 이라크는 지난해부터 국경지역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 연계 무장 세력 제거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미군까지 철수한 상황에서 시리아의 혼란을 틈타 무장 세력이 다시 활개를 치는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라크 등 주변국가가 걱정하고 있던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에 탱크와 군함까지 동원, 자국민을 유혈 진압해 최소 5000명을 숨지게 한 알아사드 정권에 서방세계가 무력개입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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