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신1등급도 … 대학 졸업생도 … 직업학교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인천전문학교 헤어디자인과 학생들이 겨울방학 실습 특강에서 헤어 커트 실기를 배우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성적 우수 학생들과 대학 졸업생 등의 직업학교 입학이 늘고 있다.

23일 인천시 남구 도화동 인천전문학교 2층에 마련된 제품디자인학과 실습실. 2학년생 10여 명이 지도교수와 함께 오후 늦게까지 자동차 디자인 품평회를 열고 있었다. 바로 옆 헤어디자인학과에서도 커트 실기가 한창이었다. 이 학교의 방학 중 실습 특강은 내년 2월 3일까지 계속된다.

청년층 취업이 체감적으로는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게 느껴지는 ‘절대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1960∼70년대에 붐볐던 직업학교들이 다시 바빠지고 있다. 고교 내신 1∼3등급 학생들은 물론 대학 재학·졸업생들도 기꺼이 직업학교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대학 간판보다 실습 위주의 직업훈련으로 취업이 빠른 데다 파티플래너 등 정말 해보고 싶었던 실용적인 일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천전문학교 호텔경영디자인학과에 수시합격한 서형우(18)군은 경기도 시흥의 한 일반고교에서 내신 1등급을 받았다. 그는 “4년간 학교만 다니는 것보다 산업현장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해 취업을 굳히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내년부터 전국 처음으로 ‘입학과 동시 취업’을 실현하는 커리큘럼을 선보인다. 호텔, 외식업체, 미용 체인업체 등과 협약을 맺어 호텔경영디자인과와 헤어디자인과 학생들이 매주 5일간 이들 업체에서 일을 한다. 수업은 매주 목요일 8시간씩 몰아서 하되 방학 없이 3학기제로 운영해 수업 일수를 채운다. 학생들에게는 월 100만∼140만원씩의 급여가 지급돼 수업료와 생활비를 스스로 벌 수 있다.

 처음으로 ‘입학과 동시 취업’이 적용되는 이들 학과에는 올해 수시모집에서만 내신 3등급 이상 학생 6명이 지원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20일 시작된 정시모집에서도 성적 우수 학생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신세대들의 실용 위주 사고방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의 인천문예전문학교는 푸드스타일리스트·커피바리스타·파티플래너·플라워리스트학과 등 특화된 직업학교다. 이 학교 수시모집에서도 커피바리스타학과를 지원한 박은혜(충북 진천고·1등급)양 등 내신 3등급 이상의 학생이 5명에 달했다. 박양은 “평소 커피를 좋아했고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 지원한 성적 우수학생들은 대부분 “꽃이 좋아서” “파티 준비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등 자기취향 중시의 직업관을 보였다.

 대학 재학생 또는 졸업생들의 직업학교 회귀도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 인천전문학교 수시모집에서도 20여 명의 재학·졸업생이 지원했다. 방송영상디자인학과를 지원한 윤태헌(21)씨는 충남 지역의 한 4년제 대학 사진학과를 중퇴했다. 그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며 “대학보다는 실무 중심의 직업학교가 취업에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문예전문학교에도 수시모집에 대졸자 17명이 지원했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취업이 어려워 다시 직업학교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김미숙 교학과장은 “정시모집까지 합하면 해마다 30∼40%가 대학 재학·졸업생들”이라며 “고교 졸업 지원자들의 성적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