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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 패트리엇 69기 핀란드 항구서 억류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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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 선적 MS 토르 리버티호가 21일(현지시간) 핀란드 남동부 코트카항에 정박해 있다.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향하는 이 배에는 패트리엇 미사일 69기와 폭약100여t 등이 실려 있다. [코트카 로이터=뉴시스]

한국 정부가 독일로부터 구입한 탄도탄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이 통관 문제로 핀란드 항구에 발이 묶였다. 핀란드 일간 헬싱긴 사노마트 등은 21일(현지시간) “경찰 당국이 헬싱키 남부 코트카 항구에 정박한 영국 선적 ‘MS 토르 리버티호’에 실린 패트리엇 미사일 69기를 비롯해 피크르산(picric acid) 등 폭발물 100여t과 프로펠러 장치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이 화물들은 한국과 중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배는 지난 13일 독일 엠덴 항구를 출발, 덴마크를 거쳐 15일 핀란드 코트카에 들어왔다. 코트카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해안선을 따라 북동쪽으로 120㎞가량 떨어진 항구도시다. 이 배는 한국을 거쳐 중국 상하이로 향할 예정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배 안에 있던 미사일은 독일 정부로부터 한국 국방부가 매입한 미제 중고 패트리엇 미사일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동안 독일에 배치했던 패트리엇 미사일 일부를 수입해 국내에서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이 배에는 중국 상하이로 향하던 폭죽용 폭발물질이 함께 실렸으며 이 폭약이 제대로 포장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핀란드 국내법에 따르면 자국에 입항하는 선박은 유엔 위험물처리규정에 따라 폭약을 밀폐된 컨테이너에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행 폭약이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핀란드 당국이 선적 화물에 대한 조사를 벌이게 됐다는 것이다.

 또 핀란드 당국은 화물의 내용이 폭죽으로만 기록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파이비 라사넨 핀란드 내무부장관은 현지 TV와의 인터뷰에서 “합법적인 무기 화물이 핀란드 영해를 경유할 수 있지만 미사일을 폭죽으로 기록한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핀란드 세관 페트리 로나트마 대변인은 “이 때문에 무기들이 제3국으로 불법 수출되는 것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핀란드에서는 무기가 자국 국경을 통과하려면 법률에 따라 국방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태가 확산되자 한국 방위사업청과 독일 정부가 급히 수습에 나섰다. 독일 정부는 “23일 핀란드로 컨테이너를 보내 폭약을 다시 포장하겠다”고 밝혔다. 포장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이 화물선은 26일 핀란드를 떠날 계획이다. 방위사업청의 관계자는 “MS 토르 리버티호에 선적한 미사일은 정식 계약을 통해 독일 정부로부터 수입한 것으로, 이번 사건은 중국행 폭약의 포장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김수정·이현택 기자

화물선에 함께 실린 중국행 폭약
포장 제대로 안 돼 조사 받아
한국 방위사업청 “독일서 중고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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