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 런던 북대사관서 ‘만세’ 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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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20일(현지시간) 오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와 사망 축하 꽃다발, 유인물 등을 들고 런던 주재 북한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북측 외교관들과 승강이를 벌였다.

 영국 거주 탈북자 단체인 재영조선인협회의 김주일 사무국장 등 회원 4명은 이날 북한대사관을 찾았다. 철제 정문으로 들어간 탈북자들은 대사관 초인종을 누르며 건물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 대사관 직원들은 탈북자들의 모습을 보고는 문을 걸어 잠갔다.

  대사관 측이 문을 잠근 채 이들의 방문에 대응하지 않자, 탈북자들은 대사관 건물 벽에 김 위원장의 사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축하드리며’라는 제목의 국·영문 유인물을 붙였다. 유인물은 ▶정치범수용소 등 북한 내 인권 침해 시설 폐쇄 ▶독재 체제 타도 및 민주화 실현 ▶개혁·개방을 통한 국제사회 편입이 주요 내용이었다. 탈북자들은 또 현관문 앞에 김 위원장의 사망을 축하한다는 뜻에서 꽃다발을 놓았다. 이후 이들은 만세 구호를 외치고 박수를 쳤다.

  시위를 주도한 김주일 국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들이 마치 북한 주민 모두가 김정일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처럼 보도해 행동에 나섰다”며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는 다들 김정일의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일의 급사가 아쉬운 것은 인민의 손으로 독재자를 심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대사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국 경찰은 김 국장 등을 경찰 차량으로 데려갔으나 경위 설명을 듣고는 풀어줬다. 북한은 런던 서부 군너스베리 애비뉴 73번지에 있는 주택을 빌려 대사관 및 관저로 사용하고 있다. 대사관에는 5명의 외교관이 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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