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광대역이 구식 미디어를 부활시킨다

중앙일보

입력

새롭고 화려해진 웹이 좀 더 많은 대역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케이블 TV, 더 빠른 전화기술, 인공위성 덕분에 우리는 곧 이런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해상도 이미지, 풀스크린 비디오 스트리밍, MOD(Movies On Demand) 등의 첨단 세계를 만끽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주시하지 않는 동안 이런 첨단 기술은 계속 발전해 간다. 필자가 최근 일리노이 대학에서 인터넷 귀재들에게 강의할 때 그들은 필자에게 LOS(Line of Sight)에 대해 말해줬다. 그들은 1~2년 후 LOS가 대도시의 생활상이 될 것이며 LOS의 경쟁자들은 속도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LOS가 대체 뭔가? 이름이 말해주듯 LOS는 데이터를 한 안테나에서 다른 안테나로 보내는 전송 시스템이며 대역폭은 엄청나게 방대한 것이다.

모든 웹 사용자들처럼 필자 역시 좀 더 빠른 속도를 원한다. 필자는 DSL(Digital Subscriber Line, 디지털 가입자 회선)을 쓰고 있는데 처음에는 무척 좋아했지만 지금은 별 볼일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필자는 한 번에 두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양자의 특성에 기초한 양자 전송체제의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웹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전송되는 대신 팜 장비 속에서도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다시 LOS로 돌아와 보자, LOS가 과대선전대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서 필자는 대역폭이 곧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확신한다. 모든 웹 사용자들이 고품질 비디오, 즉석 게임, 기타 다른 모든 기능들을 무선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대중 엔터테인먼트 세계는 면모를 일신하며 충격을 받을 것이다. 레코드 회사 경영진은 MP3 시대에 대한 향수에 사로잡힐 것이며 엄청난 크기의 파일들이 지구를 날아다닐 것이다. 다음은 채팅룸 대화다.

휙! 암호화는 사라질 것이다. 영화, TV, 레코드 음악, 서적의 텍스트들은 모두 무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디지털 형태로 무료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아날로그와 물리적 미디어, 그리고 라이브 퍼포먼스에 복귀함으로써 대대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임을 말해준다.

라이브 콘서트는 디지털화하지 못한다. 책에 있는 모든 단어는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손에 쥐고 있는 책의 느낌을 디지털화하지 못한다. MP3 파일을 거래할 수 있지만 LP 레코드 상점은 클래식 LP에 최고 비싼 가격을 매길 것이며 LP 사운드가 CD보다 낫다고 주장할 것이다. 대형 비디오 화면으로 영화를 볼 수 있지만 팝콘 냄새라든가 관객의 함성을 디지털화할 수는 없다.

그리고 셀룰로이드를 통해 빛을 재생산할 수도 없다. 인터넷에서 빠른 대역폭이 보편화됨에 따라 극장의 디지털 영사 시스템은 전혀 특별하지 않게 될 것이다. 촬영실에서는 처음 상영되는 영화를 디지털 버전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맥시비전48(MaxiVision48) 같은 셀룰로이드 영사 시스템에 의존할 것이다. 맥시비전48은 기존의 필름이나 디지털 프로젝션보다 500% 더 고품질의 화면을 제공한다.

새로운 대역폭 속도는 필름에 담긴 영화, 콘서트의 밴드, 종이서적, LP 음악 등의 구시대 미디어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대체 시장으로 물밀 듯 쇄도해올 것이다. 합법적이든 아니든 저렴한 가격이나 무료로 디지털 체험을 즐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능이 향상된 아날로그 버전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필자가 연례 행사인 오버룩트 필름 페스티벌(Overlooked Film Festival)을 위해 일리노이 대학에 있을 때였다. 필자는 도나 콕스와 한 패널이 됐다. 그녀는 일렉트리컬 이미징 연구소(Electrical Imaging Lab)에서 디지털 이미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데 그녀의 작품은 IMAX 필름과 하이든 플라네타륨(Hayden Planetarium) 돔에서 볼 수 있다. 그녀는 디지털 이미지 메이커가 사용하는 가능한 모든 도구를 사용했다. 하지만 디지털 프로젝션보다 필름을 더 선호한다. 그녀는 “필름은 사탕이고 디지털은 모래알”로 비유한다.

모자이크, 유도라,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가 탄생한 곳 일리노이 중심가에서 열린 이 페스티벌 마지막 날, 필자는 1955년 버전의 오클라호마를 보여줬다. 우리는 버지니아 극장에 남아있던 1955 Todd-AO 프로젝터를 사용했다. 이 프로젝터는 업계 표준인 24프레임이 아닌 초당 30프레임으로 70미리 필름을 보여준다. 고든 맥래가 ‘아, 얼마나 아름다운 아침인가’라고 노래할 때 청중들의 가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와 같은 숨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돈을 지불할 것이다. 빠른 대역폭은 구시대 기술의 구세주가 될 것이다.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