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다음, 회원 주민번호 폐기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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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들이 수집한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하기로 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내년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회원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수집해 놓은 주민등록번호도 폐기한다. NHN 관계자는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사용자의 실명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폐기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2년 전부터 주민번호를 기입하지 않는 ‘간편 가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주민등록번호 폐기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K컴즈도 올 7월 네이트 해킹 사태 이후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는 본인 인증 용도로만 사용하고 곧바로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털 업체들이 주민등록번호 폐기에 나서면 게임·쇼핑업체들도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입 시 본인 인증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한 차례 입력해야 한다. NHN 관계자는 “댓글을 달려면 실명 인증을 해야 하는 인터넷 실명제와 온라인 금융거래 자료를 5년간 보관해야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때문에 주민번호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최초 확인 후 주민번호를 폐기하고 개인정보를 담지 않은 무작위의 식별번호로만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 등에서 개인정보를 요구할 경우에도 이 개인식별번호와 연결된 실명 정보를 공인인증기관에서 확인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는 해커들이 노리는 대표적인 개인정보다. 13자리의 숫자만으로 생년월일·성별·출생지 등 한 사람의 거의 모든 정보를 끌어낼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등록번호는 중국 등에서 현금으로 거래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포털사이트의 ID와 패스워드는 한국과 중국에서 개당 1원 안팎에 거래되는 반면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는 개당 100원까지 나간다.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온라인게임 등에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이스피싱·스팸메일·텔레마케팅에도 악용할 수 있다. 심지어는 차명계좌 개설을 통한 자금세탁 등에 쓰일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국내 해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온라인보안업체인 쉬프트웍스의 홍민표 대표는 “게임이나 포털업체, 주요 기업이 돈이 되는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축적하고 있는 한 해킹 공격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 7월 네이트 이용자 3500만 명의 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넥슨의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1300만 명의 정보가 또다시 유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 이후 국내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1억2700만 건에 달한다.

김창우·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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