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대포없는 해태의 쓰라림

중앙일보

입력

해태와 LG의 8일 잠실 경기. 어제그제 대구에서 삼성을 이틀 연속 혼내주고(?) 상경하는 길이라 새벽 2시가 넘어 숙소에 도착한 해태였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반면 LG도 국지적 소나기를 피해가며 3연승을 순항 중인데다 양대리그 꼴찌인 해태-SK로 이어지는 순조로운 일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맞이했다.

양팀의 선발 대결은 안병원(LG)과 강태원(해태)이다. 호쾌한 타격전이 예상될 법 했지만 상황은 오히려 그 반대. 더위에 지친 타자들의 방망이가 거푸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헌데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두 선발투수의 활약은 이유있는 호투였다.

강태원을 먼저 보자. 최고 구속 135킬로의 직구는 제 아무리 차-포를 뗀 한국프로야구 라지만 공략하기 만만한 스피드. 문제는 LG타선이 어느 공을 노리냐는 것이었다. 노린것은 변화구.

이미 해태의 강태원-최해식 베터리는 이를 감지하고 있었다. 120전후의 변화구를 낮게 낮게 가져갔다. 3회엔 125킬로의 직구로 이병규-유지현-김재현을 삼진으로 낚는 등 4회 1사에서 오봉옥과 교체될 때까지 역할을 다했다.

안병원은 LG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에이스 헤리거까지 몸이 아픈 상황에서 선발투수 구멍은 의외로 크다. 이 어려운 시기에 5회 동안 승리요건을 갖추고 바통을 넘긴 것 하나만으로도 흡족하다.

게다가 145킬로의 위력적인 직구에 체인지업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선발 축으로 자리를 잡는 느낌.

경기는 LG의 5-1승으로 끝이 났다. 2방의 홈런포로 가볍게 4점을 올린 쌍둥이군단의 휘파람이었다. 해태는 오늘 0-2로 뒤진 4회 위기 상황에서 오봉옥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기대했던 타선이 너무나 고요했다. 7회 무사1-3루에서 김창희의 병살타로 1점을 만회하며 3연승의 아쉬움을 삼켰다.

오늘 같은 경기양상은 장타에 의해 주도권이 가려진다. 안재만-스미스 같은 풀스윙히터가 한방씩을 날리는 장면을 물끄러미 지켜만 봐야하는 해태 팬들과 벤치의 심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뾰족수가 없어 더더욱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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