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화 받은 조현오 “디도스 외압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조현오 청장

조현오(사진) 경찰청장이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10·26 재·보선 날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통화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조 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 등을 물었다. 조 청장은 이날 통화 사실을 시인하면서 “청와대 관계자의 전화는 외압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첫 번째 통화에선 재·보선 전날 청와대 박모 행정관이 참석한 저녁식사 자리의 사실관계 등을 묻길래 이번 사건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수사팀의 판단을 전해줬고, 두 번째는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씨와 디도스 공격자들 사이의 돈거래에 대해 물어 개인 간의 채무관계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인터넷 등에선 조 청장의 해명을 믿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것이냐”며 “청와대 관계자가 청와대 행정관이 걸린 문제에 대해 경찰청장에게 수사팀 분위기를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적었다.

 한편 조 청장은 지난 16일 오후 전국의 경찰관들에게 보낸 ‘경찰청장 서한문’에서 “‘형사소송법 재개정’의 대장정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 청장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청장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경찰청 관계자가 전했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이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출마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상태에서 청장마저 그만두면 수뇌부 공백이 너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청와대 행정관 박씨를 이번 주 소환해 디도스 공격에 대해 알았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재·보선 전날 국회의장 비서 김씨, 공성진 전 의원 비서 박모씨, 정두언 의원 비서 김모씨 등과 저녁식사를 함께했으나 경찰은 박씨 참석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또 KAIST 연구팀 등과 함께 선관위 홈페이지의 8~10월분 접속기록을 분석할 계획이다.

박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