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아니면 웃기, 잔혹 코미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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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짜증나고 우울할 때 보는 잘 만든 코미디 영화 한 편이 사람의 기분을 한순간에 유쾌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잔혹 코미디라는 장르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한가지로 결정할 수 없도록 만드는 특징이 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번주는 그런 묘한 정서를 느껴볼 수 있는 잔혹 코미디 영화들을 소개한다.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Serial Lover ★★★☆

감독 : 제임스 허스 / 주연 : 미셀 라호크, 알베르 디퐁텔 / 출시일 : 1999년 5월 25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도무지 정서 상태를 한 가지로 결정할 수 없도록 만드는 희한한 작품. 이것이 이 영화에 대한 첫 반응이었다면, 대개의 영화팬들이 보인 두 번째 반응은 이와 동일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아류작들에의 탐닉이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데 배꼽을 잡게 만드는 코미디. 잔혹의 극치다.

추리소설 작가 클레 도스테는 호화로운 맨션에 애인을 네 명이나 가진 매력적인 여자다. 자신의 서른 다섯 생일날, 결혼 상대자를 정하겠다며 애인들을 모두 만찬에 초대한다. 하지만 클레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남자들은 서로 환심을 사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어처구니없이 죽어버리는 남자들, 생일 만찬은 결국 끔찍한 살인 파티로 전락한다.

베리 배드 씽 Very Bad Thing ★★★

감독 : 피터 버그 / 주연 : 카메론 디아즈, 크리스찬 슬레이터 / 출시일 : 1999년 7월 2일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어 '잔혹 코미디' 붐을 이루게 하는 데 일조한 작품이다. 코미디적인 요소보다는 잔혹의 요소가 조금 더 강하다. 어쨌든 결혼식만 성공적으로 치르면 된다는 일념을 가진 신부는 성공적인(?) 결혼식 후 끔찍한 신혼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일생일대의 소원인 카일과 로라, 결혼식을 얼마 남지 않은 하루, 친구들은 카일의 총각 파티를 치뤄 주기 위해 라스베가스로 향한다. 호텔에서 술과 마약, 여자로 흥청대는 총각 파티를 벌이던 카일과 친구들은 실수로 스트립 걸을 죽이고 만다. 이에 당황한 카일과 친구들은 결혼식을 망치게 될까봐 시체를 사막에 파묻기로 결정한다.

조용한 가족 ★★★

감독 : 김지운 / 주연 : 박인환, 나문희, 최민식, 송강호 / 출시일 : 1998년 8월 7일

혹자는 의미 없이 죽어나가는 이야기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한국영화의 새로운 영역 개척이라는 고무적인 성과를 감안하면 웬만큼 눈감아줄 수 있는 작품이다. 조용히 할 수밖에 없는 잔혹한 상황들의 연속, 웃기 아니면 죽기의 치열한 전쟁이 펼쳐진다.

한 일가족이 한적한 곳에 산장을 개장한다. 하지만 2주 후에야 드디어 등장한 첫 손님. 가족들은 흥분해서 그에게 친절공세를 펼치지만 다음날 아침 그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식구들은 위기에 처한다. 장사에 지장이 될까봐 시체를 암매장한 가족들은 두 번째 손님을 받는다. 다음 손님은 젊은 남녀 한 쌍. 이들 또한 동반자살을 위해 이 산장에 온 것이었다. 가족들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커플 시체를 매장한다.

가방속의 8머리 ★★★

감독 : 톰 슐만/ 주연: 조 페시, 크리스티 스완슨 / 출시일: 1999년 7월 12일

사람의 머리를 도구삼아 '장난치는' 막가파식 코미디다.머리통을 물어뜯는 귀여운 개,세탁기 속에서 돌아가는 머리통 등 불쌍한 머리통의 연기가 기발하다. 사악함과 유머를 동시에 갖춘 조페시의 능청연기가 백미. 가짜 머리 제작을 위해 실제 배우들이 감독이 주문하는 표정을 지은채 머리에서 원형을 떠내는 통에,배우들은 실리콘으로 얼굴을 덮는 고통스러운 작업을 참아내야만 했단다.

껄끄러운 일만 도맡아 처리하는 청부 살인업자 토미,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새로 청부 살인한 조직원들 머리 여덟개를 의뢰인에게 운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머리 여덟 개가 담긴 가방은 우연히 옆좌석에 앉았던 찰리의 가방과 바뀌어 버린다.이 사실도 모른채 애인과 애인의 부모님과 함께 멕시코로 여행을 간 찰리는 숙소에 도착해서야 가방 속에 담긴 내용물이 머리 여덟 개라는 것을 알게되고, 한편 머리 여덟 개를 잃어버린 청부 살인업자 토미는 가방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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