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보시라이·왕양, 갑자기 화해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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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의 왕양 광둥성 당서기(왼쪽)와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2009년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에 해당) 회의 중 나란히 앉아 웃고 있다. [인민일보 홈페이지]

“시라이(熙來) 서기의 영도에 따라 충칭(重慶)은 실감나는 개혁 성과를 거둬 백성들이 기뻐하고 있다. ”(왕양 광둥성 당서기)

 “ 왕양 동지가 이끄는 광둥(廣東)을 충칭은 열심히 배울 가치가 있다.”(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

 중국 정계의 최대 라이벌로 불리는 보시라이(薄熙來·박희래·62)와 왕양(汪洋·왕양·56)이 11일 베이징에서 전격 회동해 서로를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내년 가을에 열리는 중국 공산당 18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정원 9명)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다.

 14일 난팡(南方)일보와 충칭일보에 따르면 두 사람의 회동은 충칭과 광둥의 전략적 협력 협약을 체결하는 행사를 계기로 이뤄졌다. 협약에 따르면 두 지역은 앞으로 경제·산업·과학기술·사회·교육·의료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을 강화하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표면적으론 경제협력을 통한 상생(윈윈)을 위한 것이지만, 베이징 정가에서는 회동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동안 두 사람이 상반된 노선을 내세우면서 갈등 양상까지 띠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자당’ 출신 보 서기는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앞둔 지난해부터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붉은 혁명 가요인 훙거(紅歌) 부르기를 주도하면서 좌파적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특히 “파이를 공정하게 나눠야 한다”며 분배론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반면 후진타오의 정치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인 왕 서기는 “중국은 성장을 계속해 파이를 키워야 분배가 가능하다”며 성장론을 고수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만남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연출됐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유력 후보자들 간의 노선 차이로 당 내부가 분열될 것을 우려해 누군가가 영향력을 발휘해 두 사람의 협력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이 앙금을 털어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두 사람은 내년에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내년 18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의 인선과 관련해 베이징 정가에서는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 소식통은 “위정성(兪正聲) 상하이(上海) 당서기가 고령(66세)을 이유로 상무위원 자리를 고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며 “위 서기가 용퇴하면 왕양이 내년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할 희망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위 서기는 당초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물망에 올랐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태자당=중국 공산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들로 구성된 정치 계파. 태자당의 좌장은 혁명 1세대 원로인 쩡산(曾山) 전 내정부장의 아들인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이다.

◆공청단=공산당의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에서 요직을 거친 당 간부그룹. 덩샤오핑(鄧小平)이 장쩌민(江澤民)의 후계자로 발탁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좌장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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